맛깔나는 연기로 '신스틸러'라 불렸던 성동일(46)이 220억원대 블록버스터 '미스터 고'의 주연으로 돌아왔다. 중국 서커스단에서 고릴라 링링을 데려와 한국 프로야구의 스타로 만드는 베테랑 에이전트 성충수를 연기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속물이다. 인간미 없는 캐릭터지만 성동일 특유의 구수한 매력력이 덧입혀져 미워할수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16kg을 감량해 샤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시아 전역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를 계기로 배우 성동일의 주가 역시 상종가를 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전역에 얼굴을 알릴수 있는 기회다.
"한국의 생활형 연기자에서 아시아의 박리다매 연기자가 되는 건가.(웃음) 영화가 잘 되면 좋은거지 내게 뭐 그리 대단한 반응이 오겠나. 안 그래도 오해하시는 분이 계신데 큰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고 절대로 조연 캐스팅 제의를 거절할 생각은 없다.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다 할거다."
-CG로 고릴라 링링을 제작하는데에만 120억원이 들었다. 사상 최고 몸값의 배우와 연기한 셈이다.
"맞다. 보이지 않는 상대를 두고 연기하느라 애를 먹었다.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내 앞에서 함께 연기하는 링링을 보니 신기하더라. '김용화 감독이라면 링링을 이런 식으로 보여줄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허공에 대고 연기를 했는데 딱 예상했던것만큼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세번째 작업이다.
"가격대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나이 많다고 감독에게 대들지도 않고, 무엇보다 촬영장에 절대로 늦지 않는다. 스태프들도 술을 잘 산다고 '성동일과 작업하고 싶다'고 한다더라.(웃음) 사실 난 김용화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이 있다. 자수성가했다는 점을 비롯해 살아온 환경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고 상업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한다는 생각도 나와 일치한다."
-'미스터 고'의 성충수 캐릭터가 '국가대표'의 방코치와 약간 비슷해보이는 면도 있던데.
"어떤 캐릭터든 성동일을 거치면 비슷해보일수밖에 없다. 내가 전작에서 보여준 것과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떤 배우들은 작품을 끝낸후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힘들어한다던데 난 그런 것도 없다. 작품 끝나면 동시에 캐릭터와도 이별이다. 그래야 다른 작품에 빨리 투입될수 있지 않나. 내가 지금 애가 셋이다.(웃음)"
-말은 쉽게 하지만 내심 대작 출연에 신경이 많이 쓰였나보다.
"성씨 가문에 볕들날이 왔나 싶었다.(웃음)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시나리오를 들고 3박 4일간 혼자서 여행을 떠나 술도 입에 안 대고 열심히 분석을 했다. 애드리브도 배제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본 그대로 연기했다. 성충수라는 캐릭터의 급한 성격을 외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촬영 3개월 전부터 걸음걸이를 바꾸고 다이어트도 열심히 했다. 아내도 긴장됐나보더라. 그런 적이 잘 없는데 시사회 직후 전화를 걸어와 '반응 어떻냐'고 물어보더라."
-출연료 외에 런닝개런티도 걸었나.
"성동일이 런닝개런티를 언급할만한 '급'은 안 된다. 그냥 딱 내가 받을만큼만 받는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직업이 됐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촬영 마친후 동료들과 어울려 술잔 기울이며 떠드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유일한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아내도 그걸 알기 때문에 매번 집으로 손님을 데려가도 이해해준다. 만약 다른 취미활동까지 즐기면서 손님 데려와 술 마시면 아내도 봐주지 않을거다."
-아들 준이가 참 좋아할만한 작품이다.
"촬영이 한창 진행될때는 준이가 입학하기 전이었다. 한번씩 엄마와 함께 현장에 놀러와 링링 모형 앞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다. 그 모형 하나가 내 출연료보다 더 비싸다."
-'아빠! 어디가?'를 보면 다른 아빠들에 비해 참 엄해보인다.
"솔직히, 다른 아빠들도 카메라 뒷편에서 다 성질 부린다.(웃음) 차라리 나는 악역이라 카메라 앞에서도 적당히 할 말은 하는데 따뜻한 이미지의 아빠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어 힘들거다. 아이들이 참 사랑스러운데 얘네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으면 통제가 쉽지않다. 혹자는 나를 두고 '무서운 아빠'라고도 하는데 '엄한 아빠'일지 몰라도 무섭지는 않다. 애를 버릇없게 키우면 나중에 아내가 힘들어질것 같다는 생각에 좀 엄하게 대할 뿐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예뻐도 내 여자가 힘들어하는건 싫다. 요즘 제 자식 귀한 것만 알고 주위에 피해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 애들에겐 공공장소에서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 등 '하면 안 될 일'에 대해 엄격히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