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각 학교 ‘일진’만 모아달라고 했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일진’ 친구들에게 운동으로 흘리는 땀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
서울 양천경찰서 청소년 선도대사로 변신한 프로농구 선수 이현호(33·전자랜드)는 8일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현호는 불량 청소년과 시비에 휘말린 게 계기가 돼 청소년 선도대사가 됐다. 그는 지난 5월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담배 피던 청소년들을 훈계하다가 한 명의 머리를 때려 입건됐다. 양천경찰서는 폭행은 잘못이지만 훈계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고, 그 정도가 사회 상규에 크게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즉심에 넘겼다. 법원도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도리어 청소년의 비행을 수수방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양천경찰서는 지난달 10일 그를 청소년 선도대사로 임명했다.
이현호는 오는 15일과 18일 양천구 관내 양정중과 백암고를 방문해 이같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줄 계획이다.양천경찰서는 청소년을 위한 이현호 농구교실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운동하고 홍보대사 된 다음날 바로 김천으로 전지훈련을 내려왔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올라가면 고등학생들 기말고사라고 하더라. 방학하기 전에 몇군대 학교 가기러 약속을 잡아놨다. 강의를 한다기 보다는 같이 운동하면서 땀흘리고, 농구를 같이 하면서 땀의 가치를 알려줄 생각이다."
-학창시절에 문제아 였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6학년 형 주번 형을 때린 기억이 있다. 또 중학교 1학년 때 친형이 중3이었다. 친형이 중2 형들하고 안좋은 일이 있었다. 얼떨결에 하교 하다가 시비가 붙어서 싸웠다. 중2 형들이 친형에게 욕을하자 욱해서 덤볐다. 병원비로 3000만원 물어줬다. 그 이후 전학을 가게 됐고 농구를 시작했다. 전에 있던 학교 애들은 내가 퇴학을 당한 줄 알 것 같다."
-폭행 혐의를 받은 뒤 훈계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다시는 훈계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청소년 선도대사가 되어버렸다. 청소년 선도협회에서 도와 준다고 하셨다. 그쪽 분들에게 도움을 받아서 물질적인 것을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농구공도 기증하고 그렇게 될 것 같다. 나는 그 친구들에게 농구를 가르쳐 주면 된다."
-최근 사회에서 무관심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 그러는것 보면 안타깝다. 힘이 없다고 해서 약자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을 대우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젊은 친구들 중에는 나한테 오지랍 넓다고 하는 애도 있더라. 반면에 어르신들은 대신 훈계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좋게 생각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어린 친구들이 경찰도 안 무서워 한다.
"우리가 어릴 때는 경찰 아저씨 오면 도망가려고 하고 그랬던거 같다.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학생들은 경찰이 오니까 기세등등 하더라. 경찰이 오히려 어른인 나에게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그러니까 어린 애들이 경찰한테도 쌍욕을 하더라. 진짜 경찰이 뭘 할 수 없더라. 경찰도 조금만 언어 폭력을 하거나 힘을 가하면 신고 한다고 하더라."
-이사도 고려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신 것으로 아는데.
"심하게 고려한 것은 아니다. 그일 있은 이후에 한 2~3주 후에 후배 결혼식이 있어서 집에 가서 애기랑 와이프를 데리고 가야 할 일이 있었다. 애기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고 하더라. 아빠 온다고 하니까 나와 있던 거다. 주차장에 차를 데고 놀이터로 가는데 누가 뒤에서 욕을 하더라. 4~5명이 현관앞 벤치에 앉아 있더라. 신경 쓰지 않고 갔는데 그 중 한 아이가 그때 경찰에 신고했던 아이였다. 동네에서 학생한테 욕을 들어야 하는지 싶었다. 그 일이 끝나고 3주 정도 지났는데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동네에서 살기 싫어지더라. 그래서 이사를 고려했는데. 양천구에서 홍보대사를 해줘서 남게 됐다."
-학생들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지.
"경찰서에 요구한 것은 착한 학생들 말고 정말 문제 학생들이 나와서 (농구를) 배웠으면 한다. 일진만 불렀다.(웃음) 혼낸다고 그런것보다는 웃고 즐기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타이를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에너지를 쓰고 땀 좀 힘들고 시원한 음료수 마시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