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4)은 팀 선배 이병규(39)를 목표로 뛴다. 이병규는 박용택이 좋아하는 선수이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이다. 그리고 극복 대상이다.
지난 11일 NC전에서 3안타를 친 뒤 "(이)병규형 기록은 내가 다 깨겠다"고 밝혔다. 사실 와전된 말이었다. 박용택은 "병규형이 '용택이가 내 기록 다 깬데'라고 한 거지 내가 얘기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박용택의 마음 속은 이병규 선배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
박용택은 2002년 LG에 입단했다. 당시 팀 내 간판 선수였던 이병규를 보고 성장했다. 그만큼 잘 하고 싶었고 그처럼 되고 싶었다. 박용택은 이병규의 뒤를 이어 서울의 스타 선수로 성장했다. 2005년 도루왕 득점왕, 2009년 타격왕을 차지했다. 주장도 맡아 경기장 안팎에서 기둥 역할을 했다. 이병규가 밟았던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고 있다.
박용택은 "언젠가는 병규형을 이겨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생각들이 한단계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이병규를 넘을 1순위 후보다. 그는 16일 현재 통산 타율 0.296 1488안타 140홈런 695타점 264도루를 올리고 있다. 이병규는 타율 0.314 1907안타 157홈런 907타점 145도루다. 현재로선 도루를 제외하고 앞서는 것이 없지만 박용택이 다섯 살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뒤집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박용택은 서른 넘은 뒤부터 기량이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100안타 이상에 3할 타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0.318로 잘 치고 있다.
박용택과 이병규는 엇비슷하다. 왼손 중·장거리 타자이고 외야수에 발이 빠르다. 또 3할을 어렵지 않게 친다. 박용택은 둘의 타격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퍼센티지로 따지면 병규형이 타고난 게 훨씬 많다. 나도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본받아야 할 점으로 꼽은 것은 승부욕이었다. 그는 "병규형은 야구뿐 아니라 족구나 탁구 등 다른 운동을 해도 멋있어 보인다거나 잘 하는 거 같지 않다. 그런데 결과가 좋다. 정말 욕심이 많고 티를 안 내도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엄청 강하다. 항상 이기는 데에는 확실히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요즘 들어 이병규에 다시금 자극받고 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인 이병규는 올 시즌 4할 가까운 신기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다들 그의 타격 실력을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박용택은 그러지 않는다. 속으로만 놀랍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그는 이병규의 활약에 대한 속마음을 슬쩍 드러냈다. "마흔 되고 잘 해주는 것이 한편으론 너무 고맙다. 30대 중반 넘어간 선수는 조금만 못 해도 '스피드가 떨어졌다든지, 파워가 죽었다든지'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 선입견을 깨고 있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선수로 뛰겠다"고 할 만큼 현역 욕심이 강하다. 지금 실력이라면 붙잡으면 붙잡지 그만 두라고 할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