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요란한게 아니다. 화제작 '미스터 고'(17일 개봉, 김용화 감독)는 소문만큼이나 '먹을거리'가 많은 영화다.
100% 국내 CG기술로 만들어진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은 특유의 동작 뿐 아니라 털 하나까지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연출돼 놀라움을 준다. 할리우드 영화 '혹성탈출'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날아오는 공에 관객이 흠칫 놀랄만큼 입체감 있게 구현된 3D 기술 역시 완성도 면에서 수준급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
고릴라 링링의 야구솜씨를 감상하는건 이 영화의 백미다. 쳤다하면 장외홈런을 날리는 링링의 기운 넘치는 타격은 더운 여름날 시원스러운 쾌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서커스단에서 익힌 방망이질을 프로야구에 도입해 스타 플레이어로 떠오르는 과정이 리드미컬한 편집과 어우러져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메가폰을 잡은 김용화는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등으로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일구며 '상업영화 연출은 최고'라는 말을 듣고 있는 감독이다. 뻔한 스토리를 차용하면서도 매 신마다 유머와 재치를 가미해 재미를 주는게 김용화 감독의 주특기. '미스터 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설명을 생략하고 빠르게 본편으로 들어가는 속도감 있는 연출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또 신파로 빠져버릴수도 있었던 후반부 전개까지 순식간에 비틀어 예상못한 결과를 도출하며 재미를 준다. 단언컨데, '고릴라 링링이 홈런을 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겠지'라는 뻔한 예상은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속된 말로 '골 때리는' 설정이 곳곳에 등장해 웃음을 줄테니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건 아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비해 중반부가 늘어진다. 전반부에 고릴라의 활약을 속시원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중간 지점에 펼쳐지는 인물 위주의 전개는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다. 그외에도 스토리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듯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울수 없다.
그럼에도 '미스터 고'는 관객들에게 추천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다. 대형 스크린에서 3D로 감상하기 좋은 적절한 볼거리를 두루 갖췄고 충분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성동일과 중국 아역배우 서교의 능청스러운 연기 역시 충분히 관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강우·김희원·김응수·마동석 등 개성 넘치는 조연들의 연기, 류현진·추신수·마동석·오다기리 조 등 카메오들의 출연도 자잘한 재미를 준다. 두산과 NC등 실제 구단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해 야구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미스터 고'는 중국 서커스단의 고릴라 링링과 사육사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다. 총 제작비가 220억원에 달하며,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실사와 조화시키는 데에만 무려 120억원이 투입돼 화제가 됐다.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인 화이브라더스와 제작비 25%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내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및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서 와이드릴리즈된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별점 : 별 5개 기준 4개
▶추천
꼭 보세요 : 아이들과 함께 보실 분, 스포츠 영화 팬, '혹성탈출'을 보며 유인원의 움직임에 집중하셨던 분. 요즘 성동일의 매력에 빠진 분.
보지 마세요 : '국가대표'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분, 동물과 인간의 교감을 이해못하시는 분. 혹시나 섹시코드가 조금이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