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흔히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 풍성한 기록들이 있어 보는 재미를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타율·평균자책점 등 대표적인 기록 외에도 흥미로운 부문들이 많다. 전반기를 마친 프로야구에서 이색 랭킹 1위들을 모았다.
만루에 강한 LG 선수들
야구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순간은 주자 만루 상황이다. 단 한 번의 승부로 4점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9개 구단 투수 중 만루에서 가장 강한 선수는 이상열(36)과 임찬규(21·이상 LG)다. 이상열은 7번의 만루 위기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강심장을 자랑했다. 특히 삼진도 3개나 잡아냈다.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2-0으로 앞선 1사 만루에 등판해 장성호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임찬규도 6번의 만루를 모두 범타로 막아내는 두둑한 배짱을 자랑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33)도 16번의 만루에서 사사구 2개를 제외하고 1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삼진은 8개, 병살타는 2개를 잡아냈다.
타자 가운데 '만루 사나이'는 이병규(39·LG·등번호 9)가 으뜸이다. 이병규는 만루에서 5타수 4안타에 희생플라이 1개를 기록하며 12타점을 쓸어담았다. 4안타 중 홈런이 1개, 2루타가 2개나 됐다. '야구의 꽃' 만루 홈런은 최정(26·SK)과 박용택(34·LG), 이승엽(37·삼성)이 나란히 2개씩 때려냈다.
왼손 킬러 이명우와 오윤
대다수 팀은 왼손 불펜투수를 1~2명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 상대 좌타자를 막기 위해서다. 올 시즌 최고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이명우(31·롯데)다. 136명의 타자 중 96명의 좌타자를 상대해 피안타율 0.228(79타수 18안타)를 기록했다. 이명우는 지난 3일 득남을 한 뒤 "아들이 야구를 하게 되면 무조건 왼손을 쓰게 하겠다"고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올시즌 우타자를 상대로도 피안타율 0.229로 호투했다.
타자 중에서는 넥센 오윤(32)이 눈에 띈다. 우타자 오윤은 올 시즌 38경기에 출장에 그쳤으나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433(30타수 1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출루율은 무려 0.550으로 오른손(0.366)이나 옆구리(0.250) 투수에 비해 훨씬 좋았다.
주자 있을 때는 장기영을 불러라
자신이 아웃을 당하더라도 선행주자들을 진루시키는 것을 팀 배팅이라고 한다. 진루타율 1위는 넥센 좌타자 장기영(31)이다. 2루쪽으로 잡아당기는 타격을 통해 주자들을 진루시키는 기술이 뛰어나다. 장기영은 올 시즌 103번 주자가 있을 때 타격해 56번(54.4%)이나 주자를 진루시켰다. 우타자 중에서는 민병헌(26·두산)이 53.9%로 가장 높았다.
KIA 이용규의 장기인 '커트 신공'은 올해 이대수(32·한화)가 이어받았다. 올 시즌 1번타자로 많이 나선 이대수는 타석당 투수에게 4.5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이용규는 4.0개로 18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