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현역 시절 멀티 플레이어였고, K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또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의 절친한 후배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 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이뤄냈고, 일본 가시와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신 감독은 홍 감독과 대표팀 룸메이트였고, 요즘도 맥주 한 잔하는 사이다. 홍 감독은 2013년 동아시안컵(20~28일)에서 A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K리그 팀을 이끌다가 재충전 중인 유상철과 신태용은 JTBC 해설위원으로 동아시안컵 중계를 한다. 유 위원은 남자부, 신 위원은 여자부 경기를 맡는다. 18일 두 사람을 만났다.
-두사람은 인연이 있나.
유상철(이하 유) "1990년 청소년 대표 시절 진해선수촌에서 올림픽대표 태용이 형을 처음 봤다. 강의 들을 때 옆자리였다. 한 살 차이지만 대선배라 아는 척도 못 했다."
신태용(이하 신) "난 몰랐다. 너 나보다 한 살 적냐? 너도 많이 늙었구나. 하하."
-서로의 현역 시절을 평가한다면.
유: "중원에서 다른 선수보다 수가 많았다. 뭘해도 당해내기 힘들었다."
신: "상철이는 어느 포지션이든 똑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앞으로도 상철이를 넘어서는 멀티 플레이어는 안 나올거다."
-원조 멀티 플레이어는 송종국 아닌가.
유: "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로 K리그 베스트11에 모두 선정됐다."
신: "나도 교체카드를 다 써서 골키퍼를 본 적도 있고, 1996년 득점왕도 차지했다. 상철이도 1998년에 득점왕이었다. 비슷한 점이 많네. 국가대표 경력 빼고."
유: "형은 K리그에서는 날라다녔는데 국가대표만 오면 부진했다."
-해설위원은 잘 맞나.
유: "2006년 3월 은퇴해 6월에 KBS 해설위원으로 독일월드컵에 갔다. 마음은 현역이라 말보다 몸이 앞서는 해설이었다. 스위스전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 때 너무 화가 나 10분간 아무 말도 안했다. 캐스터가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손짓을 하는데 엑스자를 그렸다. 대회 중 한인 식당에 갔는데 차범근 MBC 해설위원, 황선홍 SBS 해설위원이 다 모였다. KBS가 시청률 2위였는데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져 다신 안 한다고 했는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또 마이크를 잡았다. 한 번 하고 나니 훨씬 편했다."
신: "지난 5월 JTBC에서 중계한 툴롱컵(U-20 대표팀 출전)에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나중에 내 모습이 나온 화면을 보니 완전히 얼이 나간 사람 같더라."
-해설 고충은.
유: "동어 반복이 가장 힘들다. 난 '때문에~'를 수십번 했다. 고치려해도 딱히 다른 단어 생각이 안났다."
신: "나도 '~라고 생각합니다'를 무한 반복했다. 다음 경기에 크게 써놓고 빨간펜으로 엑스표 쳐놨다. 경북 사투리를 자제하려다 보니 억양이 이상해 북한말 같다고 하더라."
-홍명보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유: "명보 형은 밖에서 무서운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우리끼리 있으면 농담도 잘한다. 근데 좀 썰렁한 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다."
신: "명보 형이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 하는 편이지. 하하. 그래도 명보 형이 보통이 아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런가.
유 "2001년 가시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느꼈다. 명보 형은 지고는 못 산다. 겉으로는 냉철하지만 승부욕이 대단하다. 상대 선수에게 한 방 먹으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든 복수를 하고 돌아왔다. 나도 승부욕이 있지만 티나게 해서 일본에서 퇴장을 자주 당했다."
신 "명보 형은 경기장 밖에서는 순해서 별명이 '흥부'였다. 안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홍 감독이 장차 감독을 할 것으로 예상했나.
유 "현역 시절 저 사람은 감독하면 잘할 수 있겠구나하는 사람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명보 형이다."
신 "명보형이 처음에 행정가를 한다고 미국에 가지 않았나. 그 때도 다시 돌아와 감독을 할거라고 확신했다." -이번 대표팀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없이 K리거와 일본 J리거 위주로 구성됐다.
유 "K리거와 J리거들은 '어차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밀리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히딩크 감독은 2002 월드컵 당시 유명 선수와 무명 선수를 절반씩 뽑았다. 송종국과 박지성도 무명 선수 아니었나.K리거들은 땜빵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신 "이번 대회가 팀에 맞는 선수를 찾는 대회다. K리거들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밀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한다."
-홍 감독이 보여주겠다는 '한국형 축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 "명보 형은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이끌 당시 포백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전방위 압박 속에 볼 점유율을 높이는 한국식 압박 축구를 보여줬다. 런던올림픽 진화형이 한국형 축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 "일반적으로 한국형 축구는 보통 빠른 속도와 투지를 강조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축구에 명보 형만의 색깔이 더해질 것이다."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남자부 한일전이 열린다.
유 "한일전을 앞두고 선배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걸 처음 봤다. 살기가 느껴졌다. 근데 요즘 후배들은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가 좀 약해진 것 같아 아쉽다."
신 "한일전은 조용히 칼을 갈고 준비하는 경기다. 나도 상철이도, 명보 형도 선수 때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