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는 축구 팬이 있기에 존재한다. 팬이 없으면 프로축구도, 프로선수도, 프로연맹도 없다. 그런데 축구 팬들을 우롱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경감하는 안을 결의했다. 연맹은 2011년 8월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영구 제명된 58명 중 자진신고해 3~5년 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선수 18명의 징계를 절반 이상 깎아주기로 했다. 18명에 포함된 최성국도 이번에 보호관찰 기간이 5년에서 2년으로 경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번 사면으로 18명 모두 K리그 선수로 뛸 기회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가 최종 검토해 수용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연맹의 이와 같은 결정이 경솔하다는 반응이 많다.
축구 팬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응원했던 팀을 승부조작 수렁에 빠뜨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을 뿌리뽑겠다더니 결국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연맹의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축구 팬의 주도로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 게시판에서는 승부조작 선수의 징계 완화 및 복귀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24일 오전 현재 705명이 서명에 동의했다. 글을 올린 지 1주일 만에 목표 서명 1000명의 70.5%를 달성했다.
승부조작 선수들의 복귀 소식에 K리그 구단 서포터즈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지난 16일 강릉에서 열린 강원 FC와 FC 서울의 K리그 클래식 경기에는 대형 현수막이 등장했다. 두 팀 서포터즈는 합의 하에 경기 중 5분간 응원을 중단한 채 승부조작 선수 복귀 반대 현수막을 펼쳤다. 서울 서포터즈 수호신은 '승부는 조작이 아니다. 땀이다', '승부조작? 별거 아니었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강원 서포터즈 나르샤도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반대쪽에 걸었다. 같은 날 대전 서포터즈도 전북전에 '승부조작선수 복귀반대'라는 문구를 걸었다.
팬들의 분노는 일부 승부조작 선수들의 SNS가 공개되면서 더 커졌다. 그라운드에 곧 복귀한다는 느낌의 글을 섣불리 올리거나, 떳떳하다는 투의 댓글을 달아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팬들의 반응에 연맹도 당황한 눈치다. 대한축구협회가 연맹의 경감안을 최종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