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를 10년 동안 호령해 온 바르셀로나가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바르셀로나는 2003년 이후 한 번도 외부 지도자를 들이지 않았으나, 2013-14시즌을 앞두고 티토 빌라노바(44) 감독이 투병을 위해 하차하자 새 지휘관이 필요해졌다. 바르셀로나의 선택은 헤라르도 마르티노(50·아르헨티나) 감독이다.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년 계약을 맺은 마르티노 감독은 일단 바르셀로나에 잘 어울리는 인물로 평가된다.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여러 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마르티노 감독은 마르셀로 비엘사(58) 감독의 제자다. 비엘사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현 뮌헨)과 비슷한 전술 철학을 지녔으며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마르티노 감독 역시 4-3-3과 3-4-3을 오가는 압박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바르셀로나의 전통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점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경기에서 진 뒤에도 "골을 넣지 못했을 뿐 점유율은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는 뚝심 있는 팀이다. 아름다운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반면 마르티노 감독은 "미학을 경멸한다"고 말한다. 축구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파라과이 대표팀을 맡아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는 철저한 수비 축구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가며 8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전술 성향은 바르셀로나보다 빠르고 직선적이다. 쇼트 패스에 집착하지 않고, 때론 롱 패스를 활용한 빠른 역습을 펼친다. 과르디올라 감독에 비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바르셀로나는 내부 지도자를 승격시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지휘한 프랑크 레이카르트(51) 감독이 물러나자, B팀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42)를 승진시켜 1군을 맡겼다. 지난해 여름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났을 때는 빌라노바 수석코치가 지휘권을 인계받았다.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키워서 쓰는 바르셀로나 특유의 운영 방식은 지도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마르티노 감독의 부임은 10년 만에 바르셀로나를 바꿀 변화의 시작이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10년 동안 프리메라리가 6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3회, 클럽월드컵 2회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세계 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K리그에서도 다수 지도자가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동경할 정도로 '축구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10년 동안 팀의 중심이었던 카를레스 푸욜(35), 사비 에르난데스(33) 등이 노장 반열에 접어들며 팀을 개편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개혁을 위한 외부 인사 영입은 일반 기업에서도 흔히 보이는 경영 방식이다.
마르티노 감독은 자신이 신뢰하는 코치와 피지컬 코치를 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 고유의 색과 같은 듯 다른 마르티노 감독은 부임 초기 약간 혼선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10년간 세계를 지배한 바르셀로나 축구는 진화와 몰락 사이 갈림길에 섰다.
김정용 기자 cohenwise@joongang.co.kr 사진= 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캡처
▶헤라르도 마르티노 Gerardo 'Tata' Martino 별명 타타 고향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주요 선수 경력 뉴웰스 올드 보이스(1980~90, 1991~94, 1995) 주요 감독 경력 리베르타드(2002~03, 2005~06) 세로 보르테노(2003~04) 파라과이(2006~11) 뉴웰스 올드 보이스(20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