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린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미흡한 행사 준비와 어수선한 장내 분위기, 반면 화려한 라인업과 최고의 음향으로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맛봤다.
지난해까지 지산록페스티벌로 경기도 이천에서 진행해 온 행사는 올해부터 안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용 부지까지 마련할 정도로 큰 공을 들였고 안산시와 손을 잡고 경제효과 550억원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행사장을 찾아오는 것 부터가 첫번째 미션이었다. 행사장으로 들어오는 곳곳 '안산밸리록페스티벌' 현수막만 걸려있을 뿐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네비게이션 주소도 실제와 달라 혼선을 빚게 했다. 경호원들이 많았지만 이들도 마네킹이나 다름없었다. 돌려막기라도 하는 듯 '셔틀버스 타는 곳이 어디냐'는 물음에 "저 쪽으로 가봐라"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누구하나 나서서 길을 안내하지 않았다. 행사 주최인 CJ 스태프도 모습을 감췄다. 겨우겨우 주차장을 찾아도 한 숨이 나온다. 행사장까지 셔틀버스가 마련돼 있지만 약 20분 마다 한 대 운행해 시간을 잘 맞춰야한다. 심지어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걸어가자니 까마득한 거리. 이글이글 내리쬐는 뙤약볕 속 걸어가기엔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렇게 어렵사리 행사장을 찾아 티켓을 받고 공연장으로 향하지만 또 한번 발길을 붙잡는다. 보통 록페스티벌에서는 화재를 막기 위해 화염 도구 반입을 금한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미스트·모기약·선크림·데오드란트 심지어 거울까지 반입을 금했다. 심지어 가져온 물병은 뚜껑을 빼야 들어갈 수 있다. 행사 홍보팀은 "불이 날 것을 막기 위해 스프레이타입의 물건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데오드란트 없이 3일동안 땀내나는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 가방 검사도 심하다. 여성들의 작은 파우치 하나하나까지 다 뒤집으며 수치심마저 느끼게 할 정도다.
공연장 4만평 내 잔디를 깔았지만 마치 갯벌에 잔디를 깐 듯 구석구석이 진흙탕이었다. 본의 아니게 갯벌이 된 잔디밭 속 딱딱한 곳을 찾아 걷느라 발자국길이 나 있는 곳도 많았다. 화창한 날씨를 믿고 운동화를 신고 간 사람들은 발이 쑥쑥 빠져 금세 신발이 새카매 질 정도다. 행사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몇 차례의 고된 관문을 통과하면 공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만 라인업은 화려했다.
더 엑스엑스·스크릴렉스 등과 봄여름가을겨울·넬 등 국내외 뮤지션이 출연해 무더위에 지친 록마니아들의 갈증을 씻어냈다. 이틀간 5만 1000명을 동원시켰다. 첫 날의 백미는 3시간 동안 거장의 관록을 보여준 헤드라이너 큐어 무대였다. 50대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는 보컬의 힘을 보여줬다. 더 엑스엑스도 느리면서 강렬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특유의 해무와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크릴렉스는 예고된대로 초대형 우주선 DJ 박스를 동원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 무대를 보기 위해 3만여 관객들이 순식간에 빅탑스테이지로 몰려들었다. 화려한 영상과 조명, 세계 최고의 DJ 퍼포먼스, 여기에 초대형 태극기를 띄우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우주선 DJ 박스에 관객들은 넋을 놓고 열광했다. 이 밖에 공연형 아티스트로 입증된 데이브레이크와 결성 25주년의 봄여름가을겨울 무대는 감동을 안겼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에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28만원(2인 기준)을 소비했는데 호구가 된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고 다른 네티즌도 '주차장과 입구의 걸리가 너무 멀어 소지품을 가지러 가는 길이 힘들다'며 '바닷가의 습한 바람과 벌레떼의 습격이 심각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관객은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한 공연이었다'며 '미흡한 점을 보완해 더욱 나아진 공연으로 내년을 기약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