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후끈’ 서킷의 열기,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나이트레이스’
'CJ헬로비전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나이트 레이스가 열린 3일 태백레이싱파크.
고지대인 태백답게 밤 기온은 서늘했지만 서킷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굵고 가는 빗줄기가 오가는 가운데 차량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속출하자 관중들의 아드레날린 수치가 치솟았다. 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놓은 가운데 경주차들이 반짝거리며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록밴드 '트랜스픽션'의 월드컵 응원가 '승리의 함성'이 레이스 휴식시간에 울려퍼지자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콘서트를 즐겼다. 관람석 뒤편 공터에는 오토캠핑장이 마련돼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한 켠에 마련된 오토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모터스포츠와 함께 하는 여름 휴가를 즐겼다.
나이트레이스가 CJ 슈퍼레이스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공적인 대회 운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슈퍼레이스 나이트레이스에는 7000여명(주최측 추산)이 경주장을 찾았다. 지난해(3000~4000여 명)에 견줘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슈퍼레이스 측은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먼 곳까지 찾아와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오후 5시,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됐다. 이름하여 '달려요 버스' 이벤트. 버스를 타고 실제 경주가 열리는 서킷을 30분간 도는 일종의 '사파리'다. 서행하는 고속버스 옆으로 실제 경주차들이 맹렬한 속도로 지나가자 관람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그리드 이벤트는 오후 6시 시작됐다. 경주에 출전하는 모든 차량들이 관람석 앞 출발선에 모두 정렬했다. 관중들이 차량과 선수를 가까이서 직접 보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는 기회다. 탤런트 류시원(41·EXR 팀106), 가수 김진표(36·쉐보레), 배우 이화선(33·CJ레이싱), 가수 정동하(33·인제스피디움) 등 연예인 드라이버들에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일반 차량과 다르게 운전석을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는 경주차량 내부 구조에 관심을 보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레이스는 박진감이 넘쳤다. 쉐보레 크루즈 차량만 출전하는 챌린지 대회인 벤투스 클래스가 포문을 열었다. 해가 저문 가운데 때마침 폭우가 쏟아져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레이스를 불과 2~3바퀴 남기고 선두권 차량이 미끄러지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배기량 6200cc의 스톡카(특수제작된 경주용 차량)가 출전하는 슈퍼6000 클래스에서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의수(CJ레이싱)가 다른 차량과 부딪혀 리타이어(중도 탈락)하고 말았다.
레이스는 자정 무렵에야 끝났다. 류시원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날아온 아줌마 팬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하는 열정을 과시했다. GT 클래스(배기량 1600cc 초과 5000cc 이하 차량 출전대회) 2위 김진표는 "나이트 레이스가 하나의 독특한 놀이문화로 정착되는 것 같다. 모터스포츠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수로서 야간 경주가 흥미롭고, 관중들이 많으니 더 재밌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빈(37) 슈퍼레이스 사업총괄 이사는 "작년에 새로운 문화 만들기에 도전했다면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대회를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 내년에는 나이트 레이스가 하루짜리 이벤트가 아닌 가족 단위로 사흘 이상 즐길 수 있는 쇼이자 진정한 축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태백=오명철 기자 omc102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