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외모 보다 연기에 집중하는 참 맛을 비로서 경험했다. 화장을 하는 시간에 감정을 끌어올렸고, 컬러렌즈도 빼버렸다. 복수의 대상인 정경호를 사랑하게 돼 내적 갈등을 겪는 심리묘사에서, 마약을 강제 주입당해 사경을 헤메는 모습까지 폭이 넓은 연기도 보여줬다. 그에겐 힘든 도전이었지만, 드라마를 끝낸 남규리는 "연기의 맛을 느꼈다. 몰두할 소록 이상한 쾌감이 있더라"며 신이 난 모습.
남규리는 연기자 5년차. 2006년 그룹 씨야의 리드보컬로 데뷔, 영화 '고사'(08)를 통해 배우로 전향하며 많은 논란에 시달렸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10) 속 철부지 막내딸, 지난해 방영한 단막극 '칼잡이 이발사'에선 매맞는 아내 캐릭터 등을 연기했지만 후한 평가를 받진 못했다. 남규리는 "아직 5년차 연기자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 계속 채찍질하다보면 10년차 정도에는 지금의 빈틈이 어느 정도 채워져있지 않겠냐"고 눈을 반짝인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촬영이었을 것 같다.
"며칠 밤을 못 자도 에너지가 넘쳤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데뷔 초부터 '새침하다' '철없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수민는 성인이 되자마자 견디기 힘든 시련이 한꺼번에 겪는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여러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았다. 그런 경험들이 있어 공감을 느낀 것 같다."
-초반에 서클렌즈를 껴 '동공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전 작품에서도 몇 번 논란이 됐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예쁘게 나오면 좋은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같은 생각으로 끼고 나왔는데 SNS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5회(6월 10일 방송) 촬영 전날 이정효 PD님이 전화로 '좋아지는 연기 보다 렌즈가 먼저 보인다'고 말하시더라. 그 때 제대로 깨닫고 끝날 때까지 렌즈를 끼지 않았다. 감독님이 가끔 '또 렌즈꼈니'라고 물어보시면 당당하게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뒤집어가며 확인시켜드렸다.(웃음) 되돌아 생각해보면 나도 여자인지라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는 연기할 때 만큼은 (렌즈를)끼지 않을 거다."
-시청자 반응 체크를 자주 하나.
"이번엔 일부러 찾아봤다. '왜 화장을 떡칠하고 나오냐' '자꾸 예쁜척 한다'는 글이 꽤 있더라. 연기나 캐릭터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도 있고. 배우로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려면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시청자들이 내 모습만 봐도 '얘 힘들구나'를 알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중반부터는 화장을 거의 안했다. 내적 갈등이 극에 달하는데 어떻게 혈색이 좋겠나. 유난히 빨간 입술색을 가리려 컨실러를 발랐고, 여드름이 나도 절대 짜지 않았다."
-15회(7월 15일 방송)에서 나온 마약신은 인상적이었다.
"시현이가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마약조직원들이 나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상황이었다.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밥도 굶고 잠도 일부러 덜 잔 상태로 촬영장에 갔는데 7~8시간 대기까지 했다. 끌어올린 감정선이 흐트러질까봐 대기하는 내내 초긴장 상태로 있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찍었지만 연기할 때 쾌감은 최고였다."
-액션 연기를 직접했다. 다치지는 않았나.
"교도소에서 다른 죄수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찍다가 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았다. 순간 왼쪽 눈이 안 떠지고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다. 때리고 제압하는 장면을 찍을 땐 묘한 쾌감이 느껴지더라. '내가 변태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가수 활동 계획은.
"큰 욕심이 없다. 노래를 한다면 출연한 작품의 OST를 부르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연기에 자꾸 욕심이 생긴다. 배우로 인정받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