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플의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기때문에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ITC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프로먼 USTR 대표는 “ 표준특허로 수입금지조치를 내리는 것은 특허 보유자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애플 기기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6년만에 처음있는 일
ITC는 지난 6월 아이폰4, 아이폰3GS, 아이패드3G 및 아이패드2 3G 등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도록 결정했다. ITC의 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는 ‘실망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은 삼성이 협의 과정에서 신뢰를 보여주었으며 애플은 특허 사용 허가를 획득할 의지가 없음을 정확히 인식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애플은 이 소식을 환영하며 정부가 제조업의 여건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고 찬양했다. 애플은 또 “삼성이 이런 방법으로 특허제도를 남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ITC가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던 애플 제품들은 1년 이상 지난 구형들이지만 아이폰 4 같은 모델은 아직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논란 피할 수 없어
미국정부가 ‘애플 감싸기’에 나서면서 오는 9일 예정된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침해 여부를 가리는 ITC의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C는 삼성이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는지를 판정하는데, 이미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정이 나온데다 4건 중 1건의 침해만 인정돼도 수입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다.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받아들여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면 자국 기업만 감싼다는 보호무역주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거부권 행사로 삼성은 애플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양측은 지난해말부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월에는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후 ITC가 아이폰 수입 금지 판정을 내린 6월부터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정부가 ITC의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데다, 9일 ITC 최종판정에서 삼성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협상 주도권을 애플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