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에서만 10시즌을 뛴 '원클럽맨 수문장' 신화용(30)이 40년 구단 역사에 아로새겨질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신화용은 지난 3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 FC와의 K리그 클래식 원정경기에서 포항의 무실점 승리(1-0)를 이끌었다. 포항에서 세운 56번째 클린시트(무실점 경기)였다. 이를 통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포항에서 활약한 '클럽 레전드' 김병지(43·전남)의 종전 최고 기록(55경기)을 뛰어넘었다. 2004년 프로 데뷔 이래 햇수로 10년, 경기 수로는 179경기만에 거둔 값진 기록이다. 스타로 주목받은 적은 없지만, 성실한 노력을 통해 대선배가 가지고 있던 값진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비가 내려 그라운드가 미끄러웠던 대구전 당일, 신화용의 선방쇼는 유독 빛났다. 대구는 총 7개의 날카로운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신화용이 모조리 막아냈다. 전반 39분 상대 공격수 산드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신화용은 몸을 왼쪽으로 던진 상황에서도 골대 한가운데를 향하는 산드로의 슈팅을 반사적으로 쳐냈다. 신화용의 든든한 활약 속에 포항은 후반 35분 노병준(34)의 결승골로 적지에서 1-0 승리를 챙기며 울산 현대를 밀어내고 리그 선두를 탈환했다. 신화용은 이날 경기 MVP로 선정됐다.
신화용은 5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그런 기록(한 팀 최다 무실점 기록)이 있는지 몰랐다. 많이 뿌듯하다"고 했다. 이어 "내가 처음 입단했을 때 포항의 주전 골키퍼는 김병지 선배였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우러러 보는 선배"라면서 "프로 22년차로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뿜어내시는 대선배님의 기록을 물려받아 더욱 기쁘다"며 웃었다.
신화용은 2004년 포항에 입단했지만 김병지에 밀려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6년 김병지가 서울로 이적한 이후엔 정성룡(28·수원)과의 경쟁에서 뒤졌다. 7년차였던 2009년부터 비로소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신화용은 "내가 주인공이 되려고 욕심을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도 그저 '결정적인 것만 집중해서 막자'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들어간다"면서 "올 시즌엔 0점대 실점율을 지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화용은 올 시즌 17경기서 14실점(경기당 0.82골)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