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27·LG)이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게 빨리 안 넘어와요." 근심스러운 표정. 하지만 이내 밝게 웃었다. 유원상은 지난 4일 "아직 팔 스윙이 느리다. 스프링캠프 때 팔에 통증이 있어 공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시즌 중에도 부상을 당해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걱정하면서도 "가을에는 정말 자신 있다. 그때는 좋은 공을 던지겠다"고 했다. 한때 그의 별명은 '가을 원상'이었다.
희망이 보인다. 유원상은 4일 잠실 삼성전 7-6으로 앞선 8회초 1사 1·2루 위기에 등판했다. 마무리 봉중근(33)도 등판 준비를 마치고 유원상의 투구를 지켜봤다. 둘의 출장은 지난해 LG 불펜의 필승공식으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는 자주 벌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유원상은 이날 시속 146㎞짜리 직구를 앞세워 배영섭(27·삼성)을 3루 땅볼로 처리했다. 4월 9일 잠실 LG전 이후 4개월 만에 추가한 홀드였다. 그가 걱정했던 '팔 스윙'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속도 올랐다.
유원상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1승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67(5일 현재). 58경기에서 4승 2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9로 활약했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무척 초라한 성적이다. 유원상은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부진의 이유가 있다. 유원상은 "스프링캠프에서 팔이 아파 훈련량이 적었다. 시즌 중에 악영향을 미치더라. 빨리 복귀하고픈 마음에 너무 서두르다 또 부상을 당했다. 팔 스윙이 아직 느리고, 구속도 올라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다"고 했다.
유원상은 4월25일 구위가 떨어져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오른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재활로 시간을 보내다 7월4일에야 1군에 복귀했다. 유원상은 "그동안 불펜에서 선배들이 정말 고생하셨다. 내가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선배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올 시즌 LG의 목표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LG는 6일 현재 2위로 순항하고 있다. 유원상에게도 의욕이 자란다. 그는 2011년 한화에서 LG로 이적한 뒤 '유느님(유원상+하느님)' 별명을 얻었다. 한화에서 유원상의 별명은 '가을 원상'이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그는 2007년 9월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그해 9월13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승(2⅓이닝 3피안타 1실점)을 거뒀다. 9월30일 대전 KIA전에서는 6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생애 첫 선발승을 챙겼다. 그해 가을, 포스트시즌에 나선 유원상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 14이닝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64)으로 맹활약했다. 그 뒤로는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었다.
유원상은 "내가 늘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 건 잘 아시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올해 가을은 정말 다를 것 같다. LG는 꼭 포스트시즌에 나간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자신 있게 던지겠다. 내 구위도 가을에는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