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처음 알린 건 올 초 샘소나이트 광고에서 송중기의 옆자리를 꿰차면서다. 아오이 유우·아무로 나미에 등 일본 미녀 스타들의 닮은꼴 외모로 눈길을 끌더니 스크린 데뷔작 '연애의 온도'(13)에서는 이민기의 여자친구 역으로 출연해 짧은 분량에도 눈도장을 받았다.
브라운관 데뷔작인 케이블 채널 tvN·Mnet 12부작 뮤직 드라마 '몬스타'(지난 2일 종영)에서는 단숨에 주연배우로 뛰어오르며 '라이징 스타' 타이틀을 얻었다. 엉뚱한 매력을 지닌 4차원 소녀 민세이 역을 맡아 안하무인 아이돌 가수 용준형(윤설찬)과 '엄친아' 강하늘(정선우)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극 초반 불안한 연기력으로 주춤하더니 금세 드라마에 적응했다. 극중반을 달리며 연기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뮤직 드라마라는 다소 난해한 장르를 의외의 노래실력으로 무난하게 소화하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알렸다.
이후 화장품·교복·유제품 등에서 줄줄이 광고 계약을 따내더니 '시트콤 대가' 김병욱 PD의 신작 tvN '고구마처럼 생긴 감자별 2013QR3'(9월 23일 첫방송)에 캐스팅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두렵진 않나.
"이번 작품을 찍기 전엔 부담스러웠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 초반에도 걱정이 많았지만 중반부로 접어들고 스토리가 풀려가면서 세이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후반부에 세이와 하나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연예계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 부산의 예술중학교에 입학했다. 예중을 다니면서 서양화·동양화·조소 등 폭넓게 미술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만화에 흥미를 느껴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살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수시로 합격했지만 학비도 비싸고 원하던 학교가 아니라 재수를 준비했다. 방황을 하다 '새로운 걸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12년 정도 해왔던 미술을 과감히 관뒀다. 우연히 음악을 듣다가 하프의 매력에 빠졌다. 원래 하고싶은 걸 못하면 병나는 스타일이다. 하프 레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쇼핑몰 모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현재 기획사(BH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연예계 데뷔 제안을 받았다. 4개월간 고심하다가 확신이 들었고 결단을 내렸다."
-잘 될거란 확신인가.
"아니다. 내가 욕심을 갖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분야란 확신이 들었다는 뜻이다. 내 외모가 '모아니면 도'식의 반응을 얻기 십상이다.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니까. 다행히 흔한 이미지가 아니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셔서 감사하다. 물론 배우에게 있어서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노래를 꽤 잘하더라.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고 울림통이 좋다. 극중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김윤아의 '야상곡'을 불렀다. 진심을 담아 부르려고 노력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뻤다. 노래 못지않게 많이 나왔던 게 기타 연주신이다. 촬영 한 달 전부터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 감독님이 기타를 워낙 잘 치셔서 현장에서 직접 지도받기도 했다. 좋아하는 음악과 연기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삼각 러브라인을 그린 두 남자와 가까워졌나.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다.(웃음) 실제 내가 민세이였어도 윤설찬(용준형)을 선택했을거다. 정선우(강하늘)는 일방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남자니까. 얼마 전에 하늘 오빠와 광고 촬영을 했는데 키스신을 찍었다. 촬영 후 오빠가 '립글로스랑 (뽀뽀)하는 줄 알았다'는 말을 하더니 휙 가버렸다. 서로 너무 편해서 별 감정이 안들었나보다."
-김병욱 PD 작품은 어떻게 섭외됐나.
"'몬스타' 덕분이다. 1회를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으셨다고 한다. '고구마처럼 생긴 감자별 2013QR3'에서 내가 맡은 나지나는 감정 표현이 확실한 캐릭터다. 화를 낼 때도 소리를 확 지르는 등 세이와 180도 다르다.(웃음)."
-배우로서의 목표.
"나만의 색이 강한 배우가 되고싶다. 영화 '레옹' 속 마틸다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만, '화차'의 김민희 선배처럼 말이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