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내내 한화는 뒷문 불안으로 고전했다. 마무리 송창식(28) 앞에서 1~2이닝을 막아줄 선수가 없어 송창식이 7,8회에 등판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후반기부터는 달라졌다. 우완 김광수(32)와 좌완 박정진(37)이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127경기에 출전해 11승 28홀드 10세이브를 올린 박정진의 가세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박정진은 지난 시즌 뒤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몇 년간 많은 투구를 하면서 몸에 무리가 갔기 때문이었다. 박정진은 "감독님이 새로 오시다 보니 더 열심히 하려고 그랬던 것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왼팔 이두박근 근육통이 심해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5월부터 2군 경기에서 등판하며 복귀 시기를 조율해왔지만 재활과 투구를 병행하느라 몸 상태도 천천히 좋아졌다. 2군에서의 투구내용도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7경기에 나가 거둔 성적은 6⅔이닝 동안 5실점하며 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 그러나 연투가 가능해지면서 박정진은 지난달 2일 1군에 합류했다.
그런데 1군에 합류한 뒤 박정진의 공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속 130㎞에 머물던 구속은 갑자기 10㎞ 이상 빨라졌다. 보직 없이 편한 상황에서 박정진을 내보내던 벤치도 원래의 역할인 셋업맨 기용으로 방향을 바꿨다. 3일 마산 NC전에서는 4-2로 앞선 7회 무사 2루에 등판해 1⅓이닝을 깔끔히 막고 다소 늦은 시즌 첫 홀드도 챙겼다. 복귀 뒤 성적은 8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28. 박정진은 "부상을 걱정해서 전력 투구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1군에 오니 이상하게 스피드가 나오더라"며 웃었다. 김응용 감독도 "8회까지 이기고 있으면 든든하다"고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박정진의 몸 상태는 아직 완벽한 게 아니다. 특유의 내리꽂는 듯한 투구폼의 타점이 높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몸이 아주 좋을 때는 공이 낮은 데서 나온다"며 "아직 투구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 컨디션도 좋은 건 아니다. 그래도 아프진 않다. 몸 상태도 9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송)창식이와 (김)광수가 고생을 많이 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불펜의 역할분담이 이제야 한화 마운드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