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페루와 평가전(오후 8시·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서는 축구대표팀 20명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국내파와 일본파로 구성됐다. 이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23명)까지 살아남을 생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A매치 2연전에 유럽파를 총동원한다. 사실상 전력의 핵인 유럽파를 대거 베스트11에 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안컵을 치른 국내파와 일본파에게는 이번 페루전이 마지막 수능이다.
'브라질에 꼭 데려갈 선수' 6명 불과
일간스포츠는 지난 6월 축구계 인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에는 '브라질월드컵에 반드시 데려가야 할 선수 3명은?'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축구인들은 기성용(24·스완지시티·58표)과 이청용(25·볼턴·57표), 손흥민(21·레버쿠젠·30표), 정성룡(28·수원·28표),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23표)과 곽태휘(32·알샤밥·22표), 박주영(28·아스널·12표), 김신욱(25·울산), 박지성(32·에인트호벤) 등을 꼽았다.
이번 페루전 20명 중 설문 당시 3표 이상을 받은 선수는 6명에 불과하다. 골키퍼 정성룡과 홍정호(24·제주·5표), 이근호(28·상주·5표), 하대성(28·서울), 이명주(23·포항), 김창수(28·가시와)다.
죽기살기 아닌 죽기로 뛰어라
공격수와 미드필더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포지션이다. 그야말로 살얼음판 생존경쟁을 펼쳐야 한다.
2선 공격수 이근호의 경쟁자는 손흥민과 이청용, 김보경(23·카디프시티), 지동원(22·선덜랜드)이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고 있고, 이청용과 김보경은 영국 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지동원도 지난 시즌 독일 임대 생활을 통해 완전히 살아났다. 이근호와 함께 윤일록(21·서울)과 이승기(25·전북), 임상협(25·부산), 조찬호(27·포항)도 유럽파라는 거대한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대성과 이명주, 한국영(23·쇼난벨마레)은 '기(성용)-구(자철) 콤비'를 넘어야 한다. 최전방 공격수 김동섭(24·성남)과 조동건(27·수원)은 박주영과 손흥민과도 경쟁하지만, 여기에 '잠재적 경쟁자' 이동국(34·전북)과 김신욱도 넘어서야 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23명 중 유럽파는 이청용과 박주영(당시 모나코)과 박지성(당시 맨유), 기성용(당시 셀틱), 김남일(당시 톰 톰스크), 차두리(당시 프라이부르크) 등 6명이었다. 3년 사이에 유럽파만으로도 대표팀 베스트11을 거의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
비(非)유럽파 선수들이 지레 겁을 먹고 패배의식에 젖어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번 페루전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홍심(洪心)을 훔칠 수 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의 말처럼 '죽기살기가 아니라 죽기로 뛴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이들의 혼신을 다한 플레이를 지켜보는 게 페루전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