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례 슈팅을 때렸지만 허공만 갈랐다. 국내파와 일본 J리거로 이뤄진 홍명보팀의 공격은 답답했다.
한국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동아시안컵 득점력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이근호(상주 상무)·조찬호(포항) ·임상협(부산) 등 국내 무대서 활약한 공격수들을 불러 들였지만 허사였다. 홍 감독은 부임 후 4경기서 1득점(2실점)에 그치며 2무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페루전은 국내파 공격수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으나 어느 누구도 홍 감독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공격은 유럽파가 답?
한국은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총 41차례 슈팅을 하는 동안 단 1골에 그쳤다. 일본전(슈팅 10개)에서 윤일록(서울)이 터뜨린 골이 유일했다. 호주(슈팅 21개), 중국(슈팅 10개)을 상대로는 줄기차게 골문을 노렸지만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페루전도 다르지 않았다. 전·후반을 통틀어 17차례 슈팅했으나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중용했던 김동섭(성남)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웠다. 2선에는 윤일록-이근호-조찬호를 배치했다. 한국이 전반 주도권을 쥐며 페루를 몰아부쳤지만 마무리가 부정확했다. 동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김동섭은 조급함이 앞섰다. 전반에만 두 세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게 걸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는 이근호가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이근호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활발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전·후반 한 차례씩 시도한 결정적인 슈팅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임상협과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은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9월 평가전부터는 손흥민(레버쿠젠)·지동원(선덜랜드)·이청용(볼턴)·김보경(카디프시티)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대거 가세할 전망이다. 최전방 원톱과 2선 공격수 3자리는 고스란히 이 선수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멤버 바뀌어도 수비는 OK
동아시안컵에서 안정감을 보였던 수비는 멤버 변화가 눈에 띄었다. 동아시안컵의 '신데렐라'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가 부상으로 빠진 왼쪽 측면에는 올림픽 본선 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한 김민우(사간도스)가 투입됐다. 오른쪽 측면은 최근 K리그에서 울산의 상승세를 이끈 이용이 김창수(가시와)를 제치고 선발로 나섰다. 둘은 안정감 있는 수비와 활발한 오버래핑을 선보였다.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과 파올로 게레로(코린치안스)를 앞세운 페루는 한국의 압박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찬스를 잡지 못했다.
이날 가장 큰 수확은 김승규(울산)의 발견이다. K리그 19경기서 16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김승규는 전·후반 각각 한 차례씩 페루의 결정적인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쳐냈다. 정성룡이 굳게 지키고 있던 주전 골키퍼 구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