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빌보드지까지 나서 '제2의 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지난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싸이와 이제 막 불이 붙은 크레용팝은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다. 단순 유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크레용팝의 인기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상시키고 있다. 미국 빌보드 온라인판도 13일(현지시간) '최근 1년간 바이러스처럼 번진 '강남스타일' 주인공 싸이를 이을 스타가 또 탄생했다. 5인조 크레용팝이다. 갑작스런 성공은 누구도 예측 못 했지만 '빠빠빠'가 '강남스타일'과 같이 서서히 타오르고 있다. 뒤를 이을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남매처럼 어딘가 묘하게 닮은 두 팀의 인기요인을 자세히 분석해봤다.
▶ B급 코드
싸이와 크레용팝은 예쁘고 멋진 스타일은 진작에 포기하고 B급 코드로 독창성을 살려냈다. 싸이는 지난해 미국을 돌며 프로모션을 할 당시 '옷은 세련되게 춤은 싼티나게(Dress Classy. Dance Cheesy)'라는 코드를 내세웠다. 명품 브랜드 V사의 의상은 입지만 춤을 최대한 저질스럽게 춘다는 뜻이다. 크레용팝도 일반 걸그룹과는 확 다르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트레이닝복에 헬멧을 쓰는 등 '엽기' 코드를 장착했다. 의상과 헬멧도 고가 제품이 아닌 손쉽게 살 수 있다. 뮤직비디오도 수억원을 쓰는 아이돌과 다르게 몇 백만원을 썼다.
▶유튜브 스타…차트 역주행
한 방이 아닌 유튜브 영상을 통해 뒤늦게 인기를 끈 점도 비슷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처음 공개된 건 7월 중순. 하지만 인기에 불이 붙은 건 8월말부터다. CNN 보도와 커버 댄스 등이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끌며 지금의 16억뷰 기적을 이뤄냈다. 크레용팝도 6월 20일 '빠빠빠' 첫 음원 발매 당시 별 인기를 끌지 못 했고 차트에서도 100위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이후 경찰·군인과 심지어 강아지 패러디 영상까지 봇물이 터지며 차트를 역주행, 공개 44일만에 1위까지 거머쥐었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서도 3·4위 등 인기 고공 행진을 달리고 있다.
▶중독성 있는 춤
단순·반복되는 춤동작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었다. '강남스타일'이 뜬 결정적 계기는 3세부터 99세까지 배움없이 따라출 수 있는 '말춤'덕분이라는 평가다. 두 팔을 앞으로 뻗어 발을 구르는 간단 동작이 전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말춤'은 안무가 이주선씨가 만든 동작으로 단 번에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들었다. 크레용팝도 엇갈려 뛰는 일명 '직렬 5기통' 춤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자동차 피스톤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이름을 딴 이 춤은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최소 세 사람만 있으면 군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말춤'과 '직렬 5기통' 춤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작에 저런 춤을 왜 안 췄을까'하는 반응이다. 어디서 본 듯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지만 그들이기에 특별하다. 연예인들도 최신춤을 따라했다. 차인표·소녀시대·'무한도전'·박재범·브리트니스피어스는 방송에 출연해 '말춤'을 췄다. 유아인·류수영·김소연은 흥에 겨워 '직렬 5기통' 춤을 춘 후 SNS에 자랑하기도 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지금까지 걸그룹이 도전하지 않았던 독특한 콘셉트가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남들이 하지 않을 걸 하라'라는 말이 제대로 먹힌 최고의 사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