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들이 다이빙·정글탐험·래프팅 등 각종 스포츠를 예능에 접목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생긴 일이다. 특히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소속사 등 직장에서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연예인들에게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배우 클라라와 MBC '스타 다이빙쇼-스플래시', 가수 김범수는 SBS '맨발의 친구들'에서 다이빙 훈련을 받던 중 각각 허리와 십자인대를 다쳤다. 제국의 아이들은 KBS 2TV '출발 드림팀' 때문에 지난해 리더 문준영의 발목골절에 이어 4일 멤버 정희철까지 찰과상을 입었다. 동방신기 최강창민과 개그우먼 박미선 등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래프팅 훈련, 플라잉체어(뒤로 날아가게 만든 특수의자) 체험 도중 부상을 당했다.
드라마 현장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배우 최수종은 지난해 KBS 1TV '대왕의 꿈' 촬영 중 1번의 교통사고, 2번의 낙마사고를 당했다. 어깨 인대가 찢어지는가하면, 쇄골과 왼손이 골절되는 등의 부상을 입었다. 같은 드라마의 주연배우 박주미도 교통사고를 당해 목에 금이 가고 식도를 다친 끝에 중도하차했다. 배우 신세경은 MBC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 중 각목에 눈을 맞는 사고를 당했다. 배우 조인성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 중 벽을 때리는 장면을 연기하다 손이 찢어져 병원 응급실에서 13바늘 가량을 꿰매기도 했다.
과연 일터에서 다친 연예인들은 치료비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상을 받을까.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출연자는 '단체 상해보험' 적용
KBS·MBC 등 지상파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에 한해 1년 단위로 1000~2000만원 정도를 들여 '단체 상해보험'을 든다.
MBC 행정 담당자는 "'진짜 사나이' 등 예능이나 '잘났어 정말'등의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당된다"며 "1년에 총 120명을 기준으로 1200만원 정도를 납입하는 보험을 든다. 120명이란 숫자는 연기자 80~90명, FD·스크립터 등 20명, 스턴트맨 10명 등을 포함한다"며 "1년에 MBC가 자체제작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부상자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120명을 넘지는 않는다. 웬만하면 모두 커버된다"고 설며했다.
KBS의 해당업무 담당자는 "MBC와 마찬가지로,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예능·시사의 모든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1년 단위의 보험을 든다. 대상은 'KBS 측에서 출연료를 직접 지급하는 자'다. 각 프로그램 제작부서로부터 출연자 명단을 받아서 관리한다"며 "보상 한도액은 '사망시 3억까지, 병원 입원비는 1000만원까지'다. 물론 방송국, 프로그램 별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BS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프로그램의 보험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예능의 경우, 타 방송국과 마찬가지로 1년 단위의 1000만원대 단체 상해보험을 적용한다. 다만 해외에서 촬영이 진행될 경우, 출연자들을 단기 여행자보험에 가입시킨다. 관계자는 "고정 출연자가 아닌 게스트는 각자 단기 보험에 가입시킨다. 또한 '정글의 법칙' '맨발의 친구들' 등 해외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촬영 시마다 여행자 보험을 따로 든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경우 촬영 개시 시점부터 종료시까지 단기 보험을 든다. 관계자는 "아침 연속극이나 '내 연애의 모든 것' 처럼 자체제작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얘기다. '내연모'의 경우 80명 대상으로 200만원 정도의 보험에 들었다"고 전했다.
각각 '맨친' '출발드림팀'에서 부상을 당한 김범수와 제국의 아이들 측은 모두 본지와의 통화에서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보험 보상도 인기와 유명도에 따라?!
연예인이 다칠 경우, 유명도와 인기에 따라 보상액은 천지차다. 그나마 주조연급은 안전한 보험에 가입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보조출연자나 스턴트맨은 보상을 받기도 힘들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연배우부터 조-단역, 스태프, 장비요원들이 보험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우리 드라마 같은 경우에 보상한도는 (사망시) 주연급 1억, 조연-스태프 5000만원 식이다. 아무래도 출연료 자체도 다르고, 사고시 파급 효과가 다르다 보니 차등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엑스트라 등 보조출연자는 이들을 관리하는 업체에서 따로 보험을 든다. 또 스턴트맨은 개개인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극중 비중이 적은 보조출연자나 스턴트맨의 경우, '예술인 복지재단' 등을 통해 각자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전엔 그나마 보장도 안됐지만, 지난 해 11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예술인에게까지 확대·적용하는 내용의 '산업재해 보상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내놓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스턴트맨은 그동안 현장에서 다치더라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왔지만 법 개정으로 처우가 다소 개선됐다. 한 스턴트맨 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스턴트맨이라고 하면 보험회사 측에서도 꺼려했다. 사망시 보상액도 터무니없이 적었다. 요새는 제작사 측에서 단체 보험을 적용해 주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 엑스트라 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 방송사나 제작사 측에 금액을 청구해 받은 돈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신청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명 연기자들이 이런 제도를 통해 받는 혜택은 아직 열악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야 어떻게든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무명 연기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각시탈' 촬영중 사망한 고 박희석씨가 고용노동부에서 산재로 인정받은 최초의 보조출연자일 정도"라며 "올해부터 예술인 무명 출연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아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이 됐다고는 하지만, 임의가입(본인이 원해야 가입) 형식인데다가 보험료 전액이 가입자 부담이다. 수입이 적고 생활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이런 보험에 얼마나 가입할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