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신드롬'(자폐증 환자 중 특정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증후군)을 앓는 주인공들의 얘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종 쓰이는 소재다. '서번트 신드롬'를 연기하는 배우는 연기력에 조명받을 기회를 갖지만, 반면 자칫 어색한 연기를 할 경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KBS 2TV '굿닥터'에서 자폐장애자로 출연하는 주원(박시온 역)은 오버하지 않고 적정선을 찾은 자폐장애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굿닥터'는 20대 청년 박시온(주원)이 소아외과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메디컬 드라마. 지난 4회까지 방송에서 주원은 초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 같은 단어와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증세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환자를 다룰 때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서번트 증후군 특유의 천재성을 그려냈다. '굿닥터'는 주원이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고난을 극복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각시탈' '7급 공무원'등 전작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주원은 "자폐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다.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아 고민도 컸다. 표현하는데 적정선을 찾는 게 지금도 숙제"라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쉽지 않은 인물이라 출연 결정 전에 고민도 많이 했다. '오작교 형제들'로 인연을 맺은 기민수 PD를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 촬영 2개월전부터 자폐치료센터를 자주 찾았다. 원장님과 자주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도 듣고 관련 전문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많이 만났다. 센터를 찾은 첫날 한 환자분이 '안녕하세요, 주원씨 맞아요?'라고 또박또박 물으시더라. 자폐성향 장애우에 대한 이미지를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와 연기 사이의 적정선을 맞춰나가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여러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출연작이 대부분 KBS 드라마다. 'KBS 소속의 공무원'이란 우스갯 소리가 나온다.
"배우들마다 인연이 있는 방송사가 있는 것 같다. 내 경우는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를 포함해 사랑을 받은 작품 모두 KBS 드라마다. '각시탈' '오작교형제들' 등에 출연하다보니 나를 'KBS 공무원'으로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KBS 작품을 많이 하니 늘 같은 스태프와 함께 일하게 된다. 덕분에 현장이 편하게 느껴지고 좋다."
-그동안 자폐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과 차별성이 있나.
"영화 '말아톤'에선 조승우 선배, '맨발의 기봉이'에서는 신현준 선배가 자폐 연기를 했다. 많은 분들이 이전 작품 속 인물을 자폐 환자들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박시온은 의사이기 때문에 증상이 그렇게 심하면 안 된다. 중간지점을 찾는 과정으려 노력했다."
-힘든 점은.
"연기를 할 때 자세를 구부정하게 만들고 목소리도 바꾼다. 내 몸이 진짜 달라지는 것 같다. 몸에 힘이 워낙 많이 들어가 체력소모가 크다. 의학용어를 외우는 것도 힘들다. 특히 시온이의 말투로 의학 용어를 말하려니 배로 어렵게 느껴진다. 소아는 성인과 수술법이 다르더라. 촬영장에서도 계속해서 조언을 듣고 있고 그런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러브라인을 그릴 문채원과의 호흡은.
"극중 내가 사고를 치면 문채원 누나가 상황을 정리해준다. 극중 캐릭터 덕분에 금방 친해진 것 같다. 그동안 만났던 파트너 중 마음이 가장 빨리 열렸다."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
"우리 작품으로 인해 대중 분들이 자폐증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따듯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