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선수단을 하나로 모아 최고의 성적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 개인이 과거에 해왔던 방식만 천착하지 않고, 팀의 특성과 개성에 맞춰 맞춤형 리더십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요즘 '잘 나가는 팀'으로 꼽히는 NC·LG·삼성의 수장들은 선수단이 최고의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리더십을 발휘한다.
'경험 없는 막내' 기세우는 김경문 감독
지난 14일 한화-NC전을 앞둔 청주구장. 김경문(55) NC 감독이 러닝 훈련을 하고 있던 노성호(24)에게 말을 건넸다. "(노)성호야. 우리 즐겁게 뛰자. 표정도 좀 밝게 하고. 누가 보면 야구를 못해서 벌 받는 줄 알겠구나." 키 182cm, 몸무게 89㎏의 큰 체구를 가진 노성호는 '무작정 뛰는' 러닝 훈련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속내를 들켰다고 생각했을까.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인조잔디구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들이키던 노성호가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날까지 후반기 3경기에서 승 없이 1패, 평균자책점 8.49를 기록중이던 노성호는 팀 마운드의 미래다. 김경문 감독은 "힘든 거 알고 있다. 이렇게 뛰라고 하는건 다 너 잘 되라고 시키는 거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즐겁게 뛰자"며 훈련 배경을 설명했다. 수장의 관심이 효과를 냈다. 노성호는 이틀 뒤인 16일 마산 삼성전에서 8이닝 5피안타 8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프로 데뷔 이후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김경문 감독은 1군 경험이 없는 신생구단 NC를 맡은 후 기다림과 격려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 그는 "아직 우리 선수들은 어리다.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선수들이 태반이다. 못한다고 윽박지르면 더 가라앉는다. 감독이 나서서 격려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NC 포수 김태군(24)은 "감독님께서는 제가 잘 한날에는 특별한 말씀이 없으시다. 그런데 실수를 하거나 부진하다 싶으면 다가오셔서 농담도 걸고 파이팅도 외쳐주신다"고 했다.
개성 존중하는LG, 믿음 주는 삼성
선두 삼성과 승차 없는 2위를 달리고 있는 LG는 9개 구단 중에서도 선수들의 개성이 뚜렷한 팀으로 손꼽힌다. 수도권 구단으로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팀 특유의 패배주의와 선수단 사이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현역 감독중 가장 젊은 김기태(44) LG 감독은 선수단의 개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지도자다. 휴식기에 훈련 스케줄이나 월요일 원정을 떠나는 시간을 선수들이 직접 짜도록 배려한다. 옷차림이나 벌금 등 각종 규율도 선수단에 맡겼다. 코칭스태프가 비시즌 동안 훈련을 계획하고 지시한다면, 선수들은 정규시즌에 알아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 김기태 감독의 생각이다. 동시에 책임과 의무도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는 누리되, 책임을 져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를 바라지 말라"고 강조하곤 한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체력 테스트에서 유원상 등 주축 선수들이 통과하지 못하자 스프링캠프에서 탈락한 것도 한 예다. LG 선수들은 "우리 팀이 다른 구단에 비해 규율이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하지만 제한선을 넘기면 가차 없다"고 입을 모은다.
'챔피언' 팀을 이끄는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선수가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고 기다린다. 최근 3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린 '사자군단'의 저력에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 이승엽(37)은 올 시즌 102안타 61타점 12홈런, 타율 0.261로 다소 부진한 편이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 초 주변에서 '이승엽을 하위 타순으로 내리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5번 타순도 아니고 6~7번으로 내리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수장이 한결같이 믿음을 보이면 선수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승엽은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