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다시 뒤로 되돌린 듯했다. 박지성(32·에인트호번)이 전성기 못지 않은 활동량을 자랑하며 PSV 에인트호번 복귀 신고식을 화끈하게 치렀다.
박지성은 21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후반 23분까지 뛰었다.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 18일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고어헤드이글스전에 결장한 박지성은 이날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지성이 후반 교체돼 나갈 때는 에인트호번 홈 팬들이 기립해서 박지성의 응원가 '위쑹빠레('지성박'의 네덜란드식 발음)'를 부르며 그의 복귀를 반겼다. 8년 전 박지성이 에인트호번에서 뛸 때 그를 위해 팬들이 만들었던 응원가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됐다.
박지성은 AC밀란과의 즐거운 추억도 이어갔다. 그는 에인트호번 소속이던 2004-2005 챔피언스리그 4강(2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인 2009-2010 챔피언스리그 16강(2경기)에서 AC밀란을 만나 총 4경기서 2골을 넣었다. 이번에는 경기 MOM이 됐다.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PSV에서 두 번째 데뷔전을 치른 박지성은 특유의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박지성의 리더십과 경험은 필립 코쿠 감독이 이끄는 어린 팀에 귀중한 존재였다"며 평점 5점 만점에 4점을 줬다.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이다.
UEFA 홈페이지 데이터에 따르면 박지성은 이날 68분 동안 총 8.81㎞를 뛰었다. 90분 풀타임을 뛰었다고 가정하면 11㎞를 거뜬히 넘길 정도의 활동량이다. 박지성은 오른쪽 뿐만 아니라 중앙, 왼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박지성은 20대 중반 에인트호번(2003~2005년)과 맨유(2005~2012년)에서 활약할 당시엔 12~13㎞ 정도를 뛰어다녔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를 '모기'처럼 따라다니며 봉쇄했다. 이날 맹활약으로 박지성은 허벅지 부상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는 동시에 '산소탱크'라는 옛 명성도 되찾았다.
박지성의 패스 성공률은 평소보다 약간 떨어졌다. 35개 패스를 시도해 27개를 성공시켜 성공률 77%를 기록했다. 80~90%에 육박하는 평소에 비해 낮은 수치지만, 전방으로 찔러주는 키 패스(Key Pass)는 3개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인 스하르스(4개)에 이어 가장 많았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 지적받았던 공격력 부진을 해소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에인트호번과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은 28일 이탈리아 밀라노 원정 경기로 열린다. 2차전을 이긴 팀(무승부 시 원정골 우선 원칙)이 32개팀이 참가하는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