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서포터들이 김재하(60) 대표이사 퇴임 반대 시위를 벌이며 떠나는 길을 막아섰다. 8월을 끝으로 대구를 떠나려 했던 김재하 사장은 의외의 반응을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김재하 사장은 최근 스트레스성 질병인 대상포진에 걸렸다. 성적과 운영 자금 마련 모두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정신적 피로가 심했다. 결국 그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지난 7월 말 대구시에 전했다. 후임자 물색과 인수인계를 위해 8월까지만 구단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대구시는 후임 사장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시가 직접 구단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구 서포터 그룹 그라지예는 13일 김재하 사장의 사임을 반대하고 대구시의 소극적 지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19일부터 대구시청 앞에서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서포터들이 구단 운영진의 퇴진을 요구한 예는 많지만, 사임을 막기 위해 시위하는 건 보기 힘든 모습이다. 축구계 지인들도 김재하 사장에게 "사임 반대 시위는 처음 봤다. 떠나지 마라. 대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뒤에 떠나든지 말든지 하라"고 권했다.
김재하 사장도 심경이 복잡해졌다. 그는 21일 전화 통화를 통해 "사정이 복잡해졌다. 주위에서 사퇴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많다. 나도 시즌 중 갑자기 보따리를 쌀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조금 더 있어봐야 알 것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삼성라이온즈 야구단 단장 출신인 김재하 사장은 2011년부터 대구를 운영하며 "프로의 생리를 아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간 100여회의 봉사활동 등 지역밀착형 마케팅으로 이미지 상승에 주력한 결과 평균 관중은 2010년 4539명에서 2011년 6344명, 2012년 7568명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시가 지원 금액을 축소하기로 했고, 지역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재정적 문제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