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은 24일(한국시간) 퀸즈파크레인저스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4라운드를 마친 뒤 "볼턴에 남을 것 같다. 처음 영국에 진출했을 때 볼턴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나갈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내가 부상 당했을 때 팀이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떠나더라도 좋은 상황에서 이적하고 싶다"고 잔류 의사를 밝혔다.
이청용은 지난 6월말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와 에버턴 이적설이 돌았지만 최근 잠잠하다. 볼턴이 이청용 최소 이적료로 700만 파운드(약 121억원)를 책정하고 'NFS(Not For Sale)'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팀들도 볼턴 구단의 완강한 태도에 백기를 들고 있다. '의리맨' 이청용도 10개월짜리 부상을 당했을 때 자신을 아들처럼 보살펴 준 구단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여름이적시장 마감 9월1일 안에 이청용이 이적할 가능성은 낮다.
이청용의 볼턴 잔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볼턴은 올 시즌 개막 후 2무2패로 24팀 중 21위에 그치고 있다. 벌써부터 승격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브라질월드컵을 10개월 앞둔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보다 한 클래스 낮은 챔피언십에서 뛰면 기량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그렇다고 이청용의 볼턴 잔류가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 브라질월드컵 출전 필요충분조건은 꾸준한 경기 출전이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선발 원칙도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는 선수다. 새로운 도전도 좋지만 이청용이 섣불리 볼턴과 비슷한 수준의 프리미어리그 팀으로 이적했다가 주전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매우 낮지만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더기 프리드먼 볼턴 감독은 "난 이청용의 팬이다"고 말하며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다. 이청용은 개막 후 4경기 모두 선발출전해 2선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필 가츠사이드 볼턴 구단주 역시 이청용을 양아들처럼 여기며 팀 내 최고 연봉인 30억원을 주고 있다.
이청용도 우려를 씻고자 남들보다 몇 배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거친 챔피언십에서 무난히 적응하며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5골-7도움을 기록한 이청용은 최강희 전 감독 시절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해줬다.
벌써부터 볼턴의 승격 불투명 예측은 시기상조다. 볼턴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20위에 그쳐 3부리그 강등까지 걱정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해 플레이오프행 마지노선 6위에 한계단 모자란 7위까지 올라온 저력의 팀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잔뼈가 굵어 전열을 가다듬으면 충분히 승격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까지 볼턴과 계약된 이청용은 내년까지 5년간 볼턴에서 뛰고 승격을 이끌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다.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을, 이제 스물다섯인 이청용은 대회 후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빅클럽으로 이적하는게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볼턴도 브라질월드컵 후에는 이청용을 놓아주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