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프로레슬러 김일의 후계자이자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기둥인 ‘슈퍼 드래곤’ 이왕표(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WWA(세계프로레슬링협회)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그를 괴롭히고 있는 병은 전문의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담도암.
이왕표는 지난 1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8시간에 걸쳐 담도암 수술을 받았다.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경과를 심각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주치의의 설명이다. 주위의 응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면회사절합니다.'
지난 22일 이왕표가 입원한 서울아산병원 1인실 문 앞엔 면회를 사절한다는 문구가 정중하게 붙어 있었다.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도 8시간의 대수술을 견뎌낸 그가 얼마나 힘든 가운데에 놓여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왕표가 병상에 누운 채 다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병상은 190㎝·120㎏의 이왕표가 발을 뻗고 누워있기엔 비좁아보였다. 일간스포츠 취재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힘 내세요"라고 하자, 그의 입에선 대답 대신 "흐음"이라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직 수술 후 회복이 덜 되어 말하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수술 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있는 그의 오른쪽 옆구리엔 장기와 연결된 주머니 네 개가 달려 있었다.
50대 중반으로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그에겐 너무 가혹한 운명처럼 보였다. 간수치 급상승·황달·담도암 판정을 연달아 경험한 그는 지난 14일 새벽, 수술 직전 최측근으로 간병을 하고 있는 최두열 한국프로레슬링연맹 총괄본부장에게 '나 이왕표는 수술 중 잘못되거나 차후 불의의 사고로 사망시 모든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다. 나의 눈은 이동우에 기증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다. 특히 절친한 지인이자 실명한 개그맨 이동우에게 안구를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이날 스승인 김일과 50년 지기로 김일·이왕표의 절대적 후원자인 이춘성 목화웨딩홀 회장이 병실을 방문해 그의 회복을 빌었다. 따로 연락을 넣은 지인들의 병문안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에게 힘을 주고 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병마 앞에 무력하게 쓰러질 이왕표는 아니었다. 일간스포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받은 그는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고, 도전하는 모습으로만 보이다가 이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곧 이어 "어떻게서든지 이기고, 여러분 앞에 멋진 모습으로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굳게 추켜세웠다.
담도암이란?
담도는 담낭(쓸개)에서 배출한 담즙(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보내는 통로다. 담도암은 담도 안에 종양이 난 것을 가리킨다. 종양이 담도를 폐쇄해 담즙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배출되지 않은 답즙이 혈액 내에 쌓여 황달 증상을 일으킨다. 막힌 부분을 신속하게 개통시키지 않으면 패혈증이 오거나 급성 간염으로 간경화에 이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