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에서 경질된 김학범 감독이 27일 장문의 글을 구단 홈페이지에 남겼다. 그는 지난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0-4로 패한 뒤 경질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강원은 올 시즌 22경기에서 2승 9무 11패에 그치며 강등권(13~14위)에 머물러 있었다. 김학범 감독은 당시 조용히 경질통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17일이 지난 뒤 자신의 심경을 구단 홈페이지에 남긴 것이다.
평소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김학범 감독는 장문의 글을 직접 작성했다. 그는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주 긴 잠에서 악몽을 꾸고 일어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다"며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강원 구단에 대한 섭섭함도 은연 중에 들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밝히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팀이 이렇게 된 것을 누구에게 미루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 생각해달라"며 "불필요한 소모전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할 말도 많고 쓸 말도 아주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마음속에 아껴두겠다"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글을 마무리 했다. 그는 "또 난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이런 믿음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힘을 냈던 것이다"며 "지금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 꼭 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강원에서) 나쁜 기억은 잊어 버리고 좋은 추억만 간직 하겠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것을 약속 드린다"며 글을 마쳤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 다음은 김학범 감독이 강원 홈페이지에 남긴 글 전문.
아주 긴 잠에서 악몽을 꾸고 일어 난 것 같네요 강원f.c 를 사랑 하는 강원도 축구팬 여러분 그리고 나르샤 회원,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팬분들, 또 우추리 마을 어르신들 너무도 죄송하고 송구 스럽습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 혼자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팀을 떠나 오면서 모든 분들께 인사도 못하고 왔네요 , 이제 그 긴 굴레에서 벗어 나와 인사를 드립니다
작년 그 어려웠을때 숙소 앞에서의 촛불 성원 그것이 강원의 힘 입니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아도 묵묵히 우리의 길을 걸어 힘든 강등 싸움에서 일어 났을때의 희열은 제가 감독을 맡아 우승을 했을때의 기분보다 몇배나 값진 것이 었던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네요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떠나 오는 제 맘이 너무 아프네요 비록 팀을 떠나 나와 있더라도 항시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팀이 이렇게 된것을 누구에게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요 불필요한 소모전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모두 저를 비판해 주십시요 저도 강원도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중에 한사람 입니다
할 말도 많고 쓸 말도 아주 많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마음속에 아껴두겠습니다. 먼 훗날 시간이 모든것을 말해 줄것 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강원 축구가 클레식에 살아 남는 것이 최우선 이라고 생각해요
또 난 우리 선수들을 믿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주 끈끈한 힘을 냈던 것이 아닐까요? 지금의 환경은 작년에 우리가 처한 환경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겨 낸 우리 선수들 입니다 선수들이 꼭 해낼 것이라고 믿고 또 믿고 있겠습니다
나쁜 기억은 잊어 버리고 좋은 추억만 간직 하겠습니다 내맘속에는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모든것이 부족하지만 믿고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인사 드립니다
구단 직원 들에게도 제대로 인사 하지 못했어요 이송학 처장님을 비롯 최태원 부장 모든 직원들에게 넘 고맙습니다 숙소의 음식을 책임지시는 실장님을 비롯 영양사님 그리고 아주머니들 이영주 주임 윤기사, 또 관리 소장님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나중에 커피 한잔 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