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4·카디프시티)에게서 박지성(32·에인트호벤)의 향기가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1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카디프시티-에버턴의 2013-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를 관전했다. 대한축구협회 P급 라이센스 대상자 해외 연수 중 경기장을 찾았다.
카디프시티 김보경(24)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선발출전해서 82분간 뛰었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골닷컴 영국판은 김보경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지난 주중에 만났던 말키 맥케이 카디프시티 감독은 김보경에 대해 "축구 센스와 피지컬, 전술 이해능력, 성장 가능성을 두루 갖췄다. 우리팀 핵심이 될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보경은 한 단계 더 성장해 있었다. 박지성을 능가하는 선수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봤다.
김보경은 지난 번 맨시티전에서 '거구' 야야 투레(189㎝)를 상대하더니 이번에는 에버턴의 마루앙 펠라이니(194㎝)에 맞서서도 헤딩을 제외하고는 밀리지 않았다. 드리블도 인상적이었다.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과 에런 레넌처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이 아니었다. 김보경은 상대 디딤발을 보고 툭툭 차며 템포를 뺏는 영리한 드리블을 했다.
지난 4월 스위스 바젤에서 바젤(스위스)과 첼시(잉글랜드)의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을 관전한 적이 있다. 김보경이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며 득점 찬스를 만드는 모습이 그때 봤던 후안 마타(첼시) 같았다.
김보경은 이날 양팀 통틀어 가장 좋은 찬스도 만들었다. 후반 16분 왼발 아웃프런트킥 킬패스로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골키퍼 1대1 기회를 만들어줬다. 퍼스트 터치가 길어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악동' 벨라미가 '김보'라 부르며 박수를 쳐줄 정도였다. 홈팬들은 김보경이 후반 막판 교체될 때 김보경 응원가를 부르며 기립박수를 쳐줬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 등 동행자들은 김보경이 슈팅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은 타인에 대해 배려를 먼저 한다. 김보경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더 욕심을 내야 빅클럽으로 갈 수 있다.
김보경은 24세의 박지성 보다 기술이 한 수 위다. 단, 박지성은 김보경 나이 때 '산소탱크'로 불릴 정도로 활동량이 많았다. 반면 김보경은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김보경은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경기 후 한국으로 출국했다. 김보경은 2선 공격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미들라이커(미드필더+스트라이커)다. 김보경 덕분에 포메이션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선 카드를 한 장 더 들고 포커를 치는 셈이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이번 A매치 2연전에 김보경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