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사상 최고 이적료가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도 기록 경신의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다. 더 정확히는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주인공이다.
2일 토트넘에서 레알로 이적이 확정된 가레스 베일(24)은 1억 유로(약 1452억원·트랜스퍼마크트 추정)의 이적료를 기록해 기존 최고 금액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9400만 유로(맨유→레알, 2009년)를 뛰어넘었다.
◇ '페레스 당선 = 이적료 신기록' 법칙
베일의 이적료는 실력과 상품성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레알이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처지이긴 했지만, 어느 선수든 합류하고 싶어하는 레알의 위상을 감안하면 베일이 먼저 움직이게 만들어 토트넘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영리한 토트넘은 이적 시장 종료일까지 버틴 끝에 역대 최고 이적료를 받아냈다.
토트넘이 버티기 전략을 쓸 수 있었던 건 레알이 슈퍼 스타를 영입해야 하는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알에는 '페레스 회장이 당선되면 이적료 기록을 깬다'는 법칙이 있다. 이번에 레알 회장으로 3선을 달성한 페레스 회장은 2000년 루이스 피구, 2009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할 때도 당선과 함께 신기록을 세웠다. 피구 영입 1년 뒤 영입한 지네딘 지단 역시 당시 최고 금액으로 사들였다.
◇ 갈락티코 정책과 회장선거로 '이적료↑'
페레스 회장이 유독 비싼 선수를 사모으는 건 그가 창안한 '갈락티코 정책' 때문이다. 많은 구단이 경기력을 기준으로 선수를 영입하지만 페레스 회장은 슈퍼스타들의 상품성에 더 주목했다. 세계 정상급 명성을 지닌 선수를 다수 보유하면 자연스레 레알의 구단 가치도 상승하고, 각종 홍보로 인한 수입도 증가할 거라는 그의 계산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8년 동안 프리메라리가 우승 3회에 그쳤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발표하는 유럽 클럽 수입 순위에서는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라이벌 바르셀로나를 앞질렀다. 슈퍼스타들이 트로피를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그 이상의 상품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특유의 회장 선출 문화도 '갈락티코' 형성을 부추긴다. 스페인에서는 구단 주주들이 회장을 선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많은 후보자가 스타의 영입을 공약으로 내건다. 신임 회장들은 본인의 뜻대로 선수단을 꾸리기 위해서라도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린다. 지난 6월 페레스 회장의 3선이 결정된 직후부터 베일 영입은 레알의 최우선 과제였다. 레알이 필요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데에는 사내정치도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