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디스전으로 후끈 달아오른 힙합신. 국내 디스 문화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조PD(37·조중훈)가 출격한다. 2011년 발매한 정규 7집 '스테이트 오브 디 아트' 이후 2년만에 내놓는 새 앨범. 조PD는 그동안 아티스트로가 아닌 아이돌의 대표이자 제작자로서 활동했다.
2011년 데뷔한 7인조 힙합 아이돌 블락비와 여성 힙합 아이돌 이블을 제작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월 블락비는 조PD의 회사인 스타덤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갈등을 빚었다. 지난 6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블락비는 조PD의 품을 떠나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아주 깔끔하게 잘 마무리됐다. 보기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나로 인한 잘못은 충분히 사과하고 어린 친구들이 더이상 힘든 일에 휘말리지 않길 바란다"고 진심으로 얘기했다.
16일 발매되는 새 앨범 타이틀은 '인 스타덤 V3.0'. 1999년 데뷔 앨범 '인 스타덤'과 2집 '인 스타덤 V2.0'의 연장선상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세 번째 음악적 전기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타이틀곡 '메이드 인 이태원'은 특유의 사회 비판과 디스가 아닌 이태원에서 느낀 조PD의 생각이 담긴 곡이다. 항상 논란을 몰고 다니는 조PD답게 수록곡 '썩은 XXX3' 티저 영상이 지드래곤을 향한 디스 아니냐며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조PD는 "절대 지드래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소속사 대표인 그의 얼굴빛은 좋았고 몸도 푸근해졌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이 안정된 모습이다.
-오랜만에 앨범이다. 이번 앨범의 의미가 남다를텐데.
"타이틀곡을 빼면 예전부터 해오던 음악이다. 당시에는 조금 거칠고 센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트렌드에 맞춰 변화했다. 내 앨범을 기점으로 환기가 됐음 좋겠다. 힙합을 포기하는 사람이 이번 앨범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또 래퍼들의 연령이 어린데 나 같이 늙은 사람이 참여해 평균 연령을 높여야한다."
-생각보다 앨범 참여 비중이 높지 않다.
"예전과는 상황이 달라 내 앨범을 만든다고 24시간 작업실에 있을 수 없었다. 이것저것 신경쓸 일이 많았다. 대신 나의 음악 코드와 비슷한 사람을 찾았고 그들을 통해 내 소리를 많이 담아냈다."
-타이틀곡이 '메이드 인 이태원'이다. UV '이태원 프리덤'이 떠오르는데.
"안 그래도 회의 때 그런 말이 나오긴했다. 특히 뮤직비디오를 구상할 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태원에서 느낀 일을 만든 곡이라서 제목을 바꿀 순 없었다."
-왜 하필 이태원인가.
"이태원은 문화적으로 상당히 앞선 곳이라고 생각한다. 진취적인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핫 플레이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형상화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세계적으로 한류가 열풍인 이 시점에 이태원만의 에지있는 문화가 뮤지션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다."
-벌써부터 마지막 트랙 '썩은 XXX3' 가사에 대한 다양한 소리가 많다. 누군가를 향한 디스같은데.
가사 : '어디서 듣기만 한 놈이 떠드는 세계… 내세울게 그리 없니? 어린 꼰대 스웨거. 마치 졸부처럼 나대'
"지드래곤을 겨냥했다는 소리가 있는데 전혀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디스하는 것 같고 그게 지드래곤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최근 래퍼들의 디스전이 펼쳐졌다. 어떻게 지켜봤나.
"지금이 힙합 부흥기라고 볼 수 있다. 서로 헐뜯고 물어뜯는 그들이 가장 친한 사이다. 어떻게 보면 디스전이 늦게 터진감이 있다. 우리에겐 굉장히 해피한 축제의 일종이다. 정말 재미있게 관전했다. 음악을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된 계기였다. 스윙스는 원래 잘하는 거 알았는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직접 뛰어들고 싶지 않았나.
"나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나를 디스전에 끌어들일만한 동기부여가 없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이유는.
"나 살기도 바쁜데 디스전에 참여할 곡을 만든 여유가 없었다."
-디스전의 아쉬운 점은.
"꼭 욕으로 채워야했나는 생각을 했다. 요즘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분도 많은데 욕설을 듣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표현법으로 충분히 더 공격적인 재미를 줄 수 있을텐데 아쉽다. 단순히 형식에 치중한 것이 아쉬웠다."
-다이나믹 듀오를 비롯해 여러 래퍼들의 음원 성적이 상당히 좋다.
"다이나믹 듀오의 지상파 1위는 그동안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축하할일이다. 사실 전 앨범의 곡들도 다 잘 돼 이번이 아닌 진작에 1위를 했어야했다. 음원사이트가 아닌 지상파 1위라는 점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지상파 1위 욕심이 나지 않나.
"딱히 그런거 없다. 또 이번에 순위프로그램보다 라이브 방송을 많이 하고 싶다. 아, 나는 예전에 '친구여'로 음악프로그램 1위 많이했다.(웃음)"
-블락비와 소송은 잘 마무리 됐나.
"기사에 나온 것처럼 잘 끝났다. 우리나라 엔터 분쟁사에서 가장 깔끔하게 마무리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생긴 마찰은 지금도 사과하겠다. 이제 데뷔 2년차인 친구들인데 이러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잘 됐으면 좋겠다. 모든 걸 다 훌훌 털어 서운할 것도 없다."
-새로운 아이돌이 나온다고.
10월말쯤 목표로 13인조 아이돌이 나온다. 힙합을 기본으로 한 아이들로 팀명은 탑독(Top Dog)이다. 탑독은 박지성같은 키플레이어를 뜻하는 말이다. 팀 내 프로듀서도 세 명이고 래퍼도 다섯명이다."
-블락비와 이미지가 겹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탑독은 블락비가 데뷔할 쯤인 2년 전부터 기획한 아이돌이다. 연령대가 1991년생부터 1995년까지 다양하다. 언더그라운드 출신 래퍼는 아니다. 소속사 연습생들로 각자의 포지션에 맞게 트레이닝했다."
-가정도 있고 제작자라 그런지 디스가 약해졌다는 소리가 많다.
"유해졌다는 의견이 많은데 반면 한 마디 한 마디 더 비꼬아 독해졌다는 반응도 있다. 내 음악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가사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이럴 것이다'라고 했으면 요즘은 '이렇더라'가 된다."
-가수와 제작자가 아닌 조PD의 삶은 어떤가.
"집에서는 굉장히 가정적인 아빠이자 남편이다. 집에 가는 걸 좋아해 회사·집의 반복이다. 결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됐다. 여자·도박·마약 등 새어나갈 구멍이 없다. 어떻게 보면 로보트같이 사는 것 같기도 하는데 나쁜 뜻은 아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많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장점은.
"전달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가수의 본질은 가사 전달력으로 테크닉이 전부가 아니다. 테크닉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은 나중이 되면 알게 된다. 고음 지르며 현란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건 음악이 아니라 서커스다. 서커스는 동물도 하는 것이지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까운 점도 있을텐데.
"안타까운 점보다는 바라는 게 있다면 모두가 트렌디한 음악만 쫓는 것 같다. 실험적인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면 어떨까한다."
-지금까지 음악 인생을 돌이켜보면.
"자기 중심적인 음악을 해온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대체할 만한 시도도 몇 번 했지만 내 얘기를 많이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내 얘기만 쭉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