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예능쇼가 등장했다. JTBC '썰전'을 통해 정치 예능의 가능성을 보여준 방송인 김구라와 여운혁CP가 다시 뭉쳐 16일 '비무장 정치쇼: 적과의 동침' 첫방송을 준비중이다. '적과의 동침'은 새누리당·민주당 등 국회의원들이 짝을 지어 물가와 역사, 민심과 유행 등에 대한 퀴즈를 풀어보는 프로그램. 특히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방송인 유정현이 김구라와 공동MC로 나서 경험을 살린 진행능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9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이들 외에도 민주당 김영환 의원과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등이 참석해 '썰전' 강용석·이철희 콤비 못지 않은 입담을 뽐냈다. 김구라는 이들의 예능감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내며 "정치인들이 거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대중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면에 있어선 연예인과 똑같다고 느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소감을 말해달라.
"요새 보면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예능이나 류현진 선수 경기를 보며 힘을 얻는다. 왜 우리는 맨날 욕만 먹는데 예능인들은 박수를 받을까 의문이었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자신들의 참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버러지 취급받는 데는 언어나 문화상의 괴리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안 짤리고 갈때까지 가 보겠다."(김영환)
"정치인은 국민 입장에서 가까이 하기도 꺼려지지만, 멀리 방치할수도 없는 존재다. 이번에는 정치인 이전의 인간 김성태를 내보이겠다는 각오다. 김구라씨 덕분에 많이 망가질 수 있었다. 또 망가져야 사는 게 예능 아닌가."(김성태)
-3회까지 촬영이 끝났다고 들었다. 기억에 남는 정치인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70을 넘긴 나이에도 입담이 여전하더라.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파격적인 발언이 일품이었다. 김성태 의원은 막춤까지 췄다. 파트너가 공교롭게도 민주당 초선 이원주 의원이었다. 스캔들이 날 정도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빼빼로 게임' 등을 통해 거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정치인도 대중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면에 있어서는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김구라)
-컨셉트를 퀴즈쇼로 정한 이유는.
"국회의원분들은 다들 말씀이 참 장황하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편집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반면 몸으로 하는 일에 있어서는 웬만한 연예인들보다 더 재미있게 하더라. 그래서 토크쇼보다는 퀴즈쇼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여운혁)
"퀴즈라는 형식을 취했더니 정치인들 특유의 승부욕과 캐릭터가 묻어나오더라. 사실 프로그램에서 정치 얘기는 잘 안한다. 게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이분들이 그간 살아온 삶과 심리가 다소 엿보인다."(방현영PD)
-썰전'에 이어 굳이 정치를 예능으로 풀어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 정치인들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에 대해 국민들이 좀 더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은 사춘기때 삐뚤어진 아이들 같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칭찬을 받고 자란 친구들은 중간에 실수해도 다시 돌아온다. 욕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꾸 삐뚤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 정치인들에게도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여운혁)
-파트너로서 강용석과 유정현을 비교하자면.
"강용석씨는 정치인이 아니라 연예인으로 프로그램에 모신 경우다. 워낙 달변인데다가 호기심도 많다. 가끔 말실수는 하지만 사고 자체가 워낙 유연하다. 반면 유정현 선배는 현재 40대 후반이라 국회로 외도를 안 했어도 치열한 연예계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게다가 쉬는 동안 감이 굉장히 많이 사라진 것 같더라(웃음). 하지만 태생적으로 재미있는 '3류 기질'을 갖춘 분이라 금방 다시 올라올거라 믿는다."(김구라)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의의를 말하자면.
"하루는 여CP가 '국회의원 시절 한 일 중에 무엇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나'고 묻더라. 이런저런 정책 실행한 것을 얘기했더니 '국민들은 그런거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하다 스캔들 난 것만 기억한다'고 하더라. 의원 재직 당시, 동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3대나 새로 설치했다. 국비를 확보해 설치 비용을 마련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이런 사실은 결국 당원들밖에 모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회의원과 국민 사이의 이러한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유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