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25·볼턴)의 얼굴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는 축구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공항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시퍼런 멍자국이 선명했다.
이청용은 10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 도중 눈두덩에 타박상을 입었다. 왼쪽 팔꿈치와 양무릎도 다 까졌다. 그는 그 경기에서 온몸을 던져 악착 같이 뛰었고, 1-2 패배로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에 엎드려 분을 삭였다.
'에이스' 이청용
이청용은 크로아티아전에서 홀로 빛났다. 특유의 돌파로 수비수 셋을 제치고 골키퍼 1대1로 맞서는 장면이 백미였다. 지난 6일 아이티전에서는 페널티킥 2개를 얻어냈다. 이청용은 "많은 것을 얻고 간다. 다음달 브라질, 말리와 국내 평가전에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2011년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32·에인트호번)의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소속팀 볼턴은 '에이스' 이청용 보호에 나섰다. 이청용은 당초 경기 다음날인 11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출국일이 12일로 급작스레 변경됐다. 이청용은 "구단에서 일정이 빡빡하고,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A매치를 치른 만큼 하루 더 쉬다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볼턴은 지난 6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8차전을 마친 뒤에는 이청용에게 3주 특별휴가를 줬다.
이청용은 올 시즌 개막 2무3패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꼴찌로 추락한 볼턴을 구해야 한다. 이청용은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았지만 돌아가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볼턴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청용의 이적료로 700만 파운드(약 121억원)라는 고액을 책정하며 'NFS(Not For Sale·팔지 않겠다)'을 고수했다. 이청용은 10개월 짜리 골절상을 당했을 때 자신을 아들처럼 보살펴 준 구단과의 의리를 위해 잔류를 택했다. 이청용은 "누누이 얘기했듯이 난 아직 볼턴 선수고 당장 이적할 마음이 없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꼭 필요한 선수"
이청용은 '절친' 기성용(24·선덜랜드)에 대한 의견도 소신껏 밝혔다. 기성용은 최근 몇 달 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고 있다. 이청용은 "성용이는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선수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돌아올 거라 생각한다. 브라질월드컵을 1년도 안 남긴 시점에서 성용이가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 김보경(24·카디프시티) 역시 박주영(28·아스널)과 기성용의 대표 복귀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성용은 최강희(54) 전 대표팀 감독 시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 여파로 홍명보호 출범 후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초에는 이청용과 기성용의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친구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FC서울 2군 시절부터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A대표까지 함께해온 절친한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