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FA컵 정상을 노리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구한말 쇄국정책을 펼친 흥선대원군에 빗대 '황선대원군'이란 별명도 얻었다.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4강에서는 제주 유나이티드를 4-2로 꺾고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제주에는 K리그 득점 선두 페드로가 버티고 있었지만, 포항의 단단한 조직을 뚫지 못했다.
같은 날 포항에서는 포항의 미래로 꼽히는 선수들이 또 하나의 쾌거를 이뤘다. 이창원 감독이 이끄는 포항 18세 이하(U-18) 유소년팀(포철고등학교)은 포항제철중학교에서 열린 울산 U-18(울산 현대고)와 2013 아디다스 올린 챌린지리그 15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했다. 11승 3무 1패를 기록한 포항 U-18팀은 승점 36점을 기록해 2위 부산 U-18팀(개성고)을 따돌리고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1년 이후 챌린지리그 3연패에도 성공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포항 U-18팀의 전력은 약해져 있었다. 황희찬과 이광혁(이상 18) 등 5명의 주전 선수가 U-18 대표팀에 차출되며 빠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학년 선수들이 제몫을 해줬다. 포철중을 나온 우찬양과 이진현, 김동현(이상 16) 등 1학년들이 형들의 공백을 잘 메웠다. 2학년 이상기(17)는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3연패를 이끌었다. 포항 U-18팀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과 닮았다. 기본 전형도 4-2-3-1을 썼고 최전방에서 원터치 패스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쳤다.
포항 유스출신인 이창원 감독은 "고등학교는 프로가 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성적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몸 관리도 프로선수들과 똑같이 한다"며 "어릴 때부터 승리하는 습관이 들어 있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3연패 비결을 설명했다. 결승골을 넣은 이상기는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문)창진이형과 (이)광훈이형이 1군에 올라가 뛰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 나도 포항 프로팀에 입단해 뛰는 것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