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 않은 미래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군부대 위병소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는 손흥민(21·레버쿠젠)의 모습을 보게 될 지 모른다. 악담이 아니다. 병무청이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례 혜택 기회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병무청은 16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국내 각 스포츠단체에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르면 병무청은 기존의 병역혜택 제도를 점수제로 바꿀 예정이다. 종전까지는 올림픽 메달(금·은·동) 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경우 면제와 다름 없는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회별·성적별로 산정된 점수를 모아서 100점을 채워야만 병역혜택 대상자가 된다.
새 제도에서는 올림픽 올림픽 금·은·동메달 수상자가 각각 120점과 100점, 60점을 받는다. 아시안게임의 금·은·동 점수는 각각 50점, 25점, 15점이다. 따라서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올림픽 금·은메달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야 한다. 병무청은 새 제도를 반영하는 법 개정안을 연말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직격탄은 축구선수들이 맞는다. 축구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모두 연령 제한(23세 이하)이 있어 현실적으로 두 번 참가가 쉽지 않다. 개인전이 없어 다관왕도 불가능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외에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성적에 따른 포인트가 있긴 하다. 그러나 축구의 경우 세계선수권에 해당하는 월드컵에서 한국이 3위 이내에 입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렇게 되면 유망주들이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병역이 큰 걸림돌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손흥민이다. 연말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도 병역 혜택을 얻지 못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은 24세라 연령 제한 상한선을 넘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의 후계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병역 혜택이 없으면 유럽 무대에서의 도전을 계속할 수 없다.
프로축구팀을 운영 중인 상무의 경우 만 27세, 경찰청은 만 30세 이전에만 입대가 가능하다. 손흥민 뿐만 아니라 박주호(25·마인츠), 김승규(23), 김신욱(25·이상 울산), 윤일록(21·서울) 등 또래 선수들 처지도 다르지 않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간 병역 혜택을 받은 남자 선수는 모든 종목을 통틀어 186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등록 선수의 0.2%에 불과한 수준"이라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현재의 병역 혜택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