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450위 이예라(26·NH농협은행)가 국내 유일의 WTA KDB코리아오픈 10주년을 의미있게 만들었다.
이예라는 1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단식 16강전에서 세계랭킹 33위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22·러시아)에게 0-2(4-6, 1-6)로 졌다. 하지만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이예라는 첫세트 첫 서브게임에서 서브에이스를 터뜨리며 자신의 게임을 잘 지켜냈다. 이어진 파블류첸코바가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세 개의 더블폴트를 범하자, 바로 브레이크에 성공하고 3-0으로 먼저 리드도 잡았다. 하지만 뒷심에 밀리며 팽팽한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에서는 무너졌다.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예라도 경기가 끝난 후 "분명히 찬스가 있었는데 그 때 자신있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결정적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이예라는 더 큰 것을 얻었다. 그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잃을 것이 없는 만큼 심리적으로도 편했다"고 전했다.
이예라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다시 세계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됐다. 이예라는 코리아오픈 10년동안 자력으로 본선 2회전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난 16일 세계랭킹 140위 다리아 가브릴로바(19·러시아)를 2-0(6-4, 6-1)으로 완파하고 2회전에 올랐다. 지난해 1회전 이소라(19·삼성증권)가 마리아 키릴렌코(26·러시아)에게 기권승을 거둔 이후 두 번째 2회전 진출이다. 이소라와 달리 실력을 제대로 겨뤄 오른 2회전이기에 의미가 더욱 컸다. 이로 인해 코리아오픈 10주년을 더욱 빛나게 하기도 했다.
이예라도 원래 세계 투어를 도는 프로 선수를 꿈꿨던 선수였다. 강릉정보고를 졸업한 뒤 한솔제지를 거쳐 2011년부터 NH농협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예라는 은퇴한 여자테니스 간판 박성희, 조윤정에 이어 투어를 뛸 선수로 주목받았다. 2008년 세계랭킹 178위까지 이름을 올렸고 2008년 윔블던과 US오픈, 2009년 호주오픈 예선에도 나섰다. 하지만 발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2년여 슬럼프에 빠졌고, 실업 선수로 전환했다.
그러나 올시즌 6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코리아오픈에서 1회전까지 통과하며 다시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예라는 비록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다시 해외투어를 시작한다면 종전보다 더 여유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예라는 4652 달러(약 500만 원)의 상금과 30점의 랭킹포인트를 챙겨 다음 주 WTA랭킹발표에서 350위 전후로 랭킹을 끌어 올릴 전망이다. 코리아오픈을 발판으로 이예라가 세계무대에서 부진한 한국 여자 테니스 희망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