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이나 다름없던 이승엽(37)의 2군행으로 삼성의 톱니바퀴가 덜컹거렸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채태인(31)이라는 '윤활유' 덕분에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9월의 삼성은 채태인의 복귀 전과 복귀 후로 나뉜다. 지난 1일 두산전을 패하며 시작이 좋지 않았고 17일까지 5승6패로 부진하며 LG에 2.5경기 차까지 뒤진 2위로 쳐졌다. 하지만 왼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채태인의 복귀전(18일 포항 NC전)을 승리하는 등 최근 3연승에 성공했고, 이 사이 뺏겼던 1위를 탈환했다. 원동력은 단연 채태인이었다.
채태인은 복귀 후 열린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냈고, 중대한 일전이었던 3위 넥센과의 21일 경기에선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지난 17일 포항 넥센전에서 문우람(21)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다 왼 어깨를 다쳤고, 검진 결과 실금이 간 것으로 확인돼 한 달여간 1군을 비웠지만 공백이 무색할 만큼의 맹타다.
3경기 성적은 8타수 5안타 4타점. 류중일(50) 삼성 감독도 23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이정도로 해줄지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타격감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채태인은 곧바로 삼성의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다. 더욱이 지난 18일 간판타자 이승엽이 허리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터라 채태인의 '복귀'와 '활약'이 반갑다.
하지만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상대가 느끼는 위압감이 있다"며 "(이)승엽이가 부진해도 타선에서 상대가 느끼는 것처럼 (채)태인이가 주는 위압감이 있다"고 말했다. 부진하더라도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전광판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 자체가 '공격의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더 나아가 채태인은 실제 타석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07년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 단 한 차례도 시즌 타율 3할을 넘기지 못했지만 올해는 현재 0.363(278타수 101안타)을 기록 중이다. 부상 공백으로 인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채태인이 뜻하지 않은 이승엽의 공백이라는 악재와 부딪힌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