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가삿말이 돋보이는 곡 '붕붕붕'을 들고 당차게 데뷔한 이지민(25)이 주인공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해서인지, 신인의 미숙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말도 또박또박 할 말은 다 하는 '똑순이' 체질. 그러고 보니 데뷔 초 장윤정을 쏙 빼닮았다. 빼어난 가창력은 물론, 말솜씨와 친화력까지 '제 2의 장윤정'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이지민은 "장윤정 선배님과는 성장 과정부터 닮은 점이 많다. 토크쇼 등을 통해 선배님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전했다. 이지민의 신곡 '붕붕붕'은 이승철의 '마이 러브', 윤도현 '사랑했나봐' 등을 작곡한 전해성이 썼다. 구성진 자락과 한이 서린 듯한 소리가 일품이다.
-데뷔하는데 있어서 장윤정 선배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고.
"장윤정 선배가 토크쇼에 나와서 하는 이야길 듣고 힘을 많이 얻었다. 나도 그분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가 CD 제작 사업을 했는데 음원 시장이 생기면서 무너졌다. 사춘기 시절인데 갑자기 집 평수가 줄어들더니 빚쟁이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학교를 가야하는데 집 앞에 건달이 지키고 있었던 적도 있다. 아버지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이었다. 선배님의 음악과 이야기는 그런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줬다. 내가 힘들다 보니까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을 찾게 되더라. 나도 잘 견뎌내면 저렇게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만나면 '감사합니다'라는 말부터 할 것 같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노래를 배우려고 오디션을 많이 봤다. 쉽진 않았다. 회사를 잘못 만나 사기를 당한 경험도 있다. 가요를 배우기는 쉽지만 트로트는 쉽지 않았다. 회사와 계약해도 트로트가 아닌 팝을 가르쳐줬다. 지금 소속사를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이돌 음악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나.
"없었다. 발라드도 우울한 거, 한 없이 깊게 들어가는 걸 좋아했다. 할머니 손에 자라서 트로트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계속 듣다보니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심수봉 선생님 음악을 들었다. 이후에 남진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선생님이 명절 특집 프로그램인 '나는 트로트 가수'에 나오신다는 이야길 듣고 방청 신청을 했다. 직접 가서 보니 트로트가 더 좋아졌다."
-아이돌과 경쟁해야 하는데.
"'음악중심'에 출연했는데, 대기실마다 굉장히 예쁘고 멋진 분들이 많더라. 저마다 화려한데 기가 죽진 않았다. 사실 내 음악에 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큰 프로그램에서 트로트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곡을 처음 받고는 느낌이 어땠나.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여자다보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먼저 이해를 하고 노래해야 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택시 기사님에게 '아저씨 아무데나 드라이브 한 번 가요'라고 말하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려웠다. 작곡가가 '실연당한 여자의 기분'을 빗댄 가사라고 설명하며 '아무 감정도 없고 멍한 상황에서 남자를 잊기 위해 떠나고 싶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조금씩 되기 시작했다."
-제목 '붕붕붕'이 재미있다.
"원래 제목은 '아저씨'였는데 느낌이 살지 않았다.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로 갔다가, 결국은 '붕붕붕'으로 결정했다. 노래를 한 번 들어본 사람은 '붕붕붕'을 흥얼거리게 된다."
-이지민이 느끼는 트로트의 매력은.
"트로트의 매력은 인생이 담겼다는 거다.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이 솔직하게 담겼다. 한 없이 슬픈게 트로트라고 생각한다. 6.25 때 나왔던 '가거라 삼팔선' 같은 곡을 들으면, 당시를 자세히 알진 못해도 그 때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게 트로트의 장점이고 매력이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목표
"트로트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행사였다.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른들을 만나고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다. 워낙 낮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어른들 앞에 서면 편하다. 엄마가 돈을 따라가지는 말라고 한다. 내가 원하고 내가 즐거운 음악을 하고 싶다."
-10년 뒤면 뭘하고 있을까.
"그 때도 행사를 하고 있을 거다. 내가 트로트에 대해 배울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서, 트로트 학원이나 학과 같은걸 만들어 보고 싶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트로트 음악을 지망하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다른 장르의 분들은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트로트는 없다. 그런 오디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