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 양학선(21·한국체대)과 북한 '체조 영웅' 리세광(28)의 금메달 대결이 무산됐다.
양학선은 1일(한국시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제44회 세계 기계체조선수권대회 첫날 도마 종목 예선에서 평균 15.299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양학선은 1차 시도에서 난도 6.0의 '여2(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2바퀴 반 비틀기)' 기술로 15.166을 받았고, 2차 시기에서는 난도 6.0의 '쓰카하라 트리플(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3바퀴 비틀기)'로 15.433점을 기록했다. 평균 15.041점을 받은 올레그 베르니아에프(20·우크라이나)가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그러나 리세광은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했다. 그는 평균 14.820점을 받아 11위를 기록해 상위 8명이 진출하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리세광은 예선 1차 시기 난도 6.4인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2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를 시도했지만 착지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매트 밖으로 밀려나 14.275점을 기록했다. 2차 시기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난도 6.4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2바퀴 돌며 1바퀴 비틀기)'을 연기해 15.366점을 받았지만 1차 실수가 컸다.
이로써 이번 대회 최고의 관심사였던 양학선과 리세광의 사상 첫 결선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리세광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 아시아선수권 도마 금메달리스트다. 그러나 그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년 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 체조 대표선수 나이 조작이 밝혀졌고, 리세광에게도 출전금지령이 내려졌다. 그 사이 양학선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도쿄 세계선수권, 2012 런던올림픽을 모두 제패했다. 라이벌 없이 얻은 금메달이라서 양학선은 리세광과 진검 승부를 벌이길 기대했다.
리세광이 예선 탈락하면서 양학선의 금메달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양학선은 예선에서 난도 6.4의 필살기 '양학선(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3바퀴 비틀기)'을 쓰지 않았다. 6일 결선을 위해 아껴둔 것이다. 신기술 '양학선2(가칭·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3바퀴 반 비틀기)'도 결선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체조협회는 이번 대회에서 '양학선2'를 공식 인정받기 위해 기술 성공 동영상을 국제체조연맹 기술위원회에 제출했고, 심판 회의에서 난도 6.4로 결정됐다. 결선에서 양학선이 성공시킨다면 규정집에 공식 등재될 수 있다.
주영삼 남자 체조 대표팀 감독은 "양학선이 지난 7월부터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허리 통증도 있었다"고 걱정하면서도 "양학선은 실전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신기술도 성공시키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리세광은 예선 최종 선수명단에 이름이 빠져 '불참 해프닝'까지 겪었다. 소정호 대한체조협회 사무국장은 1일 "북한 측에서 최종 선수 명단을 현장에서 대회 조직위에 제출하지 않고, 이메일로 보냈다. 이에 예선 선수 명단에 누락되어 있었다. 조직위에서 뒤늦게 확인해 리세광은 예선 마지막조에 출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