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4강 권 팀과 나란히 한 경씩을 앞두고 있다. 기록을 남겨둔 선수의 입장도 챙겨야 하고, 막판까지 순위 싸움이 한창인 타구단의 사정도 괜히 눈에 들어온다. 가을야구를 하건 하지 않건 감독 자리는 참 쉽지 않은 듯하다.
SK전을 앞둔 2일 광주구장. 선동열(50) KIA 감독은 남은 잔여 2경기 선발 투수를 넌지시 알렸다. 그는 "송은범이 3일 두산전에, 양현종이 최종전인 4일 넥센과의 경기에 등판한다. 순서를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선수들이 로테이션에 따라 나서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넥센과 두산은 1일 현재 0.5경기 차로 나란히 3, 4위를 달리고 있다. 한 경기 승패에 따라 가을야구 향방이 갈리는 만큼 상대 투수 기용에 민감하다.
관건은 양현종이다. 이번 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중인 그는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4일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달 27일 문학 SK전에서 8이닝을 8피안타 1실점(1자책)으로 막는 등 구위가 완전히 살아났다. 양현종은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팀에 10승 투수가 없다"며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질 뜻을 드러냈다. 특히 양현종은 이번 시즌 넥센과 2차례 만나 1승1패 평균자책점 3.38로 비교적 선방했다. 넥센 입장에서는 시즌 막바지에 구위가 살아난 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송은범은 지난 26일 부산 롯데전에서 6⅔이닝 5피안타 2탈삼진 2실점(2자책)했다. 비록 패전이 됐긴 했지만, 올 시즌 들어 보여준 경기 중 가장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양현종과 달리 걸린 승수나 기록이 없고, 자신의 공을 얼마나 던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선 감독은 "양현종이 지난 SK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팀에서 한 명이라도 10승 투수가 나왔으면 한다"면서도 "남은 두 경기가 공교롭게도 4강 순위 싸움이 한창인 두산과 넥센이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선 감독은 내년 마운드 가장 좋은 청사진도 귀띔했다. 그는 "김진우가 마무리를 맡고, 외국인 투수 2명과 양현종·송은범·박경태나 임준섭이 선발진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문제는 김진우의 몸 상태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김진우는 이번 시즌 2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1, 9승 9패 1세이브를 기록중이다. 크고 작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마무리 캠프 막바지에 팔꿈치 부상을 입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시즌 중에도 크고 허리와 허벅지 등 크고 작은 통증을 겪었다. 지난달 17일에는 경기 도중 넘어지는 바람에 어깨를 다쳐 열 흘 동안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선 감독은 "최근 김진우와 상담을 했다. 선수가 마무리 투수를 원하긴 하는데, 워낙 몸집이 크다 보니 잔부상이 많다. 마무리 투수는 일주일에 3번 이상 등판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기도 빠듯한 상황에 뒷문을 지켜줄 수 있을지가 문제다"고 아쉬워했다.
다행인 점은 선수의 마무리 보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김진우는 "팀이 이번 시즌 뒷문이 부실해 고전했다. 내년에도 마무리를 맡을 외국인 투수가 없다면, 내가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해 부상이 있긴 했지만, 4년간 야구장을 떠났었던 공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캠프에서는 몸관리를 착실하게 해서 부상이 없는 몸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