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손아섭(25)은 올 시즌 "떨어진 장타력을 올려야 한다. 홈런을 더 쳐야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장타력과 '한 방'에 대한 목마름이 심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러나 손아섭은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손아섭은 2일 사직 삼성전에서 0-4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장원삼의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쳐 투런 아치를 그렸다. 시즌 10호. 지난해 홈런 5개에 그친 손아섭은 이 홈런으로 2011년 이후 2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다. 팀 내에서는 11홈런을 기록한 강민호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두 자릿수 홈런이다.
손아섭은 2010시즌 11개, 2011시즌에는 15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등 한 방을 갖춘 타자로 성장했다. 장타율도 2010년 0.438에서 2011년에는 0.507로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홈런 5개, 장타율은 3할대(0.396)에 그쳤다. 최다 안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타이틀을 수상했지만, 앞서 2년 동안의 호쾌한 장타는 나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손아섭은 일부 팬들로부터 '똑딱이 타자(단타만 생산하는 타자)'가 됐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손아섭은 떨어진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시즌 초반 기대와 달리 장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장타력 보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런데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자주 푸념했다. 하지만 하나 둘 씩 때려내더니 어느새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목표에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는 만족을 몰랐다.
손아섭이 홈런에 목마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는 "넥센 박병호 선배의 경우 한 방으로 팀을 이기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안타로는 팀에 승리를 안겨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중심타자라면 장타를 생산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에게 언제 '한 방' 터질지 모른다는 위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나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팀을 위해서라도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가 아니다. 그는 항상 방망이를 짧게 쥔다. 대신 엄청난 스윙 스피드로 공을 담장 밖을 넘긴다. 장원삼을 상대로 기록한 시즌 10호 홈런도 짧게 쥔 방망이로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그대로 밀어쳐 사직구장 좌측 담장을 넘겼다. 공이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홈런이다. 그렇기에 손아섭은 항상 '완벽한 타격폼'을 지향한다. 그는 "2011시즌 타격감이 가장 좋았고, 폼도 이상적이다. 그때로 돌아가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도 장타력 보완을 1순위 과제로 삼았다. 그는 "올 시즌 왼쪽 어깨근육이 찢어진 상태라서 좋은 타격폼을 유지하지 못했다"며 "시즌을 마친 뒤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완벽한 몸상태로 훈련을 받으면 좋은 타격폼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몸 관리를 잘해서 반드시 장타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