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막을 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는 여고생 두 스케이터 김아랑(18·전주제일고), 심석희(16·세화여고)의 선전이 유독 빛났다. 김아랑은 5일 열린 여자 1500m 결승에서 개인 첫 성인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심석희는 여자 1000m 우승에 성공했다. 국제대회 경험 부족의 약점을 안고 있던 한국 쇼트트랙은 두 여고생 덕분에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겨울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전이경, 진선유 등 특급 스케이터들을 잇따라 배출했던 여자 쇼트트랙은 2010년 이후 침체기를 겪었다. 왕멍, 저우양 등 기량 좋은 선수들이 잇따라 나온 중국에 밀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첫 노골드에 그쳤다.
좀처럼 긴 침체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여자 쇼트트랙은 지난 2012-2013 시즌부터 조금씩 빛을 봤다. 2012-2013 시즌 성인 무대에 데뷔한 심석희는 최근 월드컵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초고교급 스케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김아랑도 지난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등 기량을 인정받은 기대주였다.
둘은 국내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남겼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막을 내린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 2개에 머물렀던 김아랑은 2차 대회 여자 1500m에서 심석희를 제치고 생애 첫 성인 국제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이에 질세라 심석희가 여자 1000m에서 언니 박승희(21·화성시청), 김아랑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둘은 이어 열린 여자 계주에서도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합작해냈다.
경기 후 최광복 여자대표팀 코치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지만 하루, 한 시간이 다르게 실력들이 좋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면서 "서로 동기 부여가 되고, 보완해가면서 멋지게 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후 심석희는 "여름부터 준비를 많이 했고, 훈련한 성과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면서 "방심하지 않고 올림픽 때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