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가 괴상한 모양으로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선수들은 볼썽 사나운 잔디 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완벽한 경기를 하기에는 그라운드 사정이 너무 나빴다. 한글날 휴일을 맞아 경기장에 온 3만6476명의 관중도, SBS를 통해 공중파 중계를 본 시청자도 엉망이 된 잔디에 경악했다.
잔디가 갑작스레 망가진 건 9월 28일 열린 가수 조용필의 콘서트 때문이다. 이 콘서트에서는 경기장 중앙 아크 서클 부근에 이동식 무대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장 벤치 쪽부터 반대편까지 긴 레일을 네 개 깔았는데, 그 흔적이 그대로 모래 바닥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양팀 벤치 앞에는 넓이 1㎡의 네모난 모래 바닥이 각각 5개씩 생겼다. 무대 장비를 올려놓은 흔적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패스 축구를 하는 수원의 홈 구장 잔디가 이러면 안 된다. 얼마 전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비슷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선수들은 잔디가 망가진 곳에만 가면 당황했다. 전반 6분에는 수원 산토스가 땅볼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공이 아닌 모래를 차 사방으로 먼지가 튀어 올랐다. 잔디가 사라진 곳으로 패스가 향하면 조용필의 대표곡처럼 공이 심하게 '바운스'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얼마 전까지 K리그 클래식에서 사용하는 경기장 가운데 최고의 잔디를 자랑했다. 지난 시즌에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최고의 경기력을 제공한 경기장에 주는 '그린스타디움 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 두 차례 실시된 그린스타디움 평가에서도 연속 3위를 기록했다.
수원시는 보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수원시 담당부서에 잔디 보수를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확답이 없다. 아마 올 시즌 보수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답답하다"고 했다. 수원의 올 시즌 남은 홈 경기는 총 3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