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정대세(29·수원 삼성)는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서울과의 '슈퍼매치' 경기에서 주인공이었다. 그는 후반 16분 교체 투입된 뒤, 후반 37분에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 골망을 가르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정대세는 골을 터트린 뒤, 수원 서포터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수원 팬들은 큰 환호로 화답했다.
정대세는 지난 4월 14일 열린 서울과의 경기에서 역적으로 몰렸다. 그는 전반 39분 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후반 42분 라돈치치의 동점골로 1-1로 비겼으니 다행이었지만 정대세 때문에 수원은 힘든 싸움을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정대세는 6개월만에 나선 슈퍼매치 출장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대세는 지난 5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서정원(43) 수원 감독은 슈퍼매치에 정대세를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다.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정대세는 지난 7월 발등 부상 때문에 3달여동안 재활에 힘써왔다. 그나마 재활을 잘 해내서 지난달 29일 전북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아직 상위권 순위 싸움을 위한 경기가 남은 상태에서 정대세를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게 서 감독의 복안이었다.
대신 서 감독은 슈퍼매치를 앞둔 정대세에게 충고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포항전에서 2골을 넣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더 의욕이 넘치면 오히려 팀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잘 준비해야 한다"고 정대세를 다독였다. 이미 한 차례 사연이 있었던 만큼 서 감독은 정대세에게 냉정함을 주문했다. 서 감독은 "팀플레이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정대세에 후반 투입을 예고했다. 그리고 정대세는 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기는 골을 터트렸다.
서 감독은 경기 후 정대세에 대해 "몸싸움도 강하고 슈팅 능력이 좋기 때문에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잘 살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9골로 자신감을 쌓은 정대세는 "남은 경기에서 목표했던 15골을 터트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감독의 냉철한 판단과 선수의 침착한 플레이로 수원이 올라서는 계기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