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예진(31)의 행보는 특별하다. 출연작마다 '데뷔후 처음'이란 타이틀을 써도 좋을만큼 치열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상영된 영화 '타워'가 '데뷔 후 첫 멀티캐스팅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그 뒤 김남길과 함께 멜로드라마 '상어'에서 열연하더니 새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 합류했다. 이 작품 역시 손예진에게는 '데뷔후 첫 액션사극'이다. '해적'의 촬영이 한창인 현재 미리 촬영을 마친 영화 '공범'(국동석 감독, 24일 개봉)의 홍보까지 겸하고 있다. 이른바 손예진의 '데뷔후 첫 정통 스릴러'다. '공범'은 아동유괴 살인사건 범인의 목소리가 자신의 친아버지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은 끊임없이 아버지를 의심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다은을 연기하며 진한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김갑수가 아버지 역을 맡아 '연애시대' 이후 7년만에 손예진과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어려보인다. 스틸사진만 보면 20대 초반 같다.
"그 사진 보고 나도 놀랐다.(웃음) 일단 감독님의 요구는 어려보이는게 아니라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머리를 짧게 자르고 살짝 웨이브를 넣어봤다."
-최근 1년 정도는 아예 쉬지도 않고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워' 이후로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드라마 '상어' 이후 한달 정도 여유가 있긴 했는데 바로 '해적' 관련 미팅을 하고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공범' 개봉이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해적' 촬영과 '공범' 홍보시기도 겹쳐버렸다. 사실 조금만 몸이 힘들어지면 좀 쉬었다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일 욕심이 발동한다."
-'공범'처럼 집요하게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는 작품은 처음이다.
"맞다. '백야행'이 스릴러의 성격을 지녔지만 멜로처럼 보이는 부분도 많았고 감성적인 부분이 강했다. 이런 류의 스릴러 영화는 '공범'이 처음이다. 감정의 폭이 이 정도로 큰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수차례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껏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대체로 작품 전체를 아우르며 한 두차례 감정을 터트렸는데, '공범'에선 그런 힘든 감정신을 다섯번 정도 연기해야만 했다. 두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게 촬영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힘들었나.
"친아버지를 아동유괴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하고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니 밥이 안 넘어가고 잠도 안 오더라. 모든게 다 부정적으로만 보였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다운되더라. 이대로라면 끝까지 못가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애써 감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좀 더 어렸을때 이런 역할을 맡았다면 아예 내 머리가 이상해졌을거다."
-수면제라도 복용하며 잠을 자는게 낫지 않았을까.
"수면제는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의지하게 된다는 말이 있어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잠이 안 오면 그냥 안 잤다. 힘들어도 마음 편하게 먹고 눈 뜨고 있다보면 결국 언젠가는 지쳐 잠들게 된다."
-실제로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떤가.
"아버지가 무뚝뚝한 편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막내인데도 애교는 눈 뜨고 찾아볼수가 없다. 시니컬한 면이 많아 상냥하게 말을 건네지 못한다. 그동안 애교 넘치는 인물을 연기한 적은 많은데 실제 내 모습과는 다르다. 애교라니, 생각만해도 손발이 오글거린다.(웃음)"
-지금 촬영중인 '해적'에선 드라마 '상어'에 이어 또 다시 김남길과 호흡을 맞춘다.
"'상어'에 이어 '해적'을 함께 하게 됐고 영화 속에서 고래를 찾아 떠난다. 해산물 커플이다.(웃음) 김남길과는 다른 남자배우들과 함께 할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로 나이대가 비슷한데다 적당히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를 오픈 할 수 있는 자세가 갖춰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해적'은 주연급으로 출연한 첫 사극이다. 거기다 액션 연기까지 해야 한다. 올해는 여러모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게 되는 것 같다."
-결혼생각은 없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많이 한다. 안 그래도 30대가 된 후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서른 중반 정도에는 결혼을 하고 싶다. 단, 충분히 하고 싶은만큼 일을 한 후에 결혼하고 싶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일에 소홀해질수 밖에 없지 않나. 결혼 후 일에 충실하려다 가정에 불충실한 주부가 되고 싶진 않다. 이렇게 말한다고 워커홀릭이라 생각진 말아줬으면 좋겠다. 일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다.'
-배우가 아닌 평범한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나.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대구에 살면서 친구들처럼 동네 산책도 하고 종종 모여 수다를 떨고, 주말엔 가족들과 외식도 하며 살지 않았을까. 그런 삶도 괜찮았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