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2일 종영한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김범(김태도)의 죽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도는 역사에서 문근영(유정)의 모델인 백파선과 일본에서 도공 부부로 활약한 인물. 극중 왜인들에게서 문근영을 지키려 혈투를 벌이다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아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6월 종영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김태희(장희빈)이 부인들을 모아놓고 패션쇼를 열거나 한복치마 안에 하이힐을 신는 등의 장면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신하들이 숙종의 세자 책봉식을 거부하고, 인현왕후 민씨의 어린 시절 이름을 사후에 붙여진 시호인 '인현'으로 사용하는 등 역사와 다른 묘사들도 문제가 됐다. 2008년 SBS '바람의 화원'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그려 '잘못된 역사인식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역사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왜곡했는지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드라마PD는 "사실 역사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은 자료화면이지 드라마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병훈 PD도 해당 논란에 대해 "사극은 이제 역사의 틀 안에만 머물러서는 아무도 보지 않게 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차도남' 광해, 꽃미남 세종같은 캐릭터나 '조선시대 패션 디자이너' 같은 설정은 어쩔 수 없다는 것.
반면 한 관계자는 "국내 작품이 한류를 타고 해외로도 많이 수출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역사 변경에 조금은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장옥정'이나 '바람의 화원' 등 앞선 작품들의 왜곡 논란과 '기황후' 논란은 다른 문제"라며 "기황후라는 인물의 (고국을 침략하는 등의) 악행을 미화하는 것은 단순히 캐릭터와 설정을 바꾸는 문제를 넘어선 것 같다"고 평했다.
원호연 기자
팩션이란 팩트(사실)와 픽션(허구 소설)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