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력은 최근 뚝 떨어졌다. 최전방에서 연결되는 아기자기한 패스는 줄었고, 투박한 연결이 늘었다. 특히 잔디 사정이 좋지 않은 포항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펼치면 '스틸타카'는 자취를 감췄다.
포항은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3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4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종합운동자에서 평일 낯에 경기를 치러진 이 경기 역시 어수선하게 전개됐다. 포항은 지난 19일 전북 현대와 FA컵 결승전 당시 선수를 거의 그대로 내보냈다. 그러나 인천의 압박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최전방의 박성호는 안재준과 이윤표의 투지있는 수비에 막혔다. 측면에 배치된 고무열과 조찬호 역시 인천의 측면 수비수 박태민과 최종환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분 만에 인천의 미드필더 문상윤에게 선제골까지 내주며 끌려갔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15분 첫 번째 카드를 꺼냈다. 성폭행 미수범을 잡은 신영준을 오른쪽 날개로 기용했다. 교체 카드를 꺼내든 순간 인천의 수비진은 흐트러졌고, 포항은 고무열이 바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두 번재 교체카드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19분 최전방 공격수 박성호를 빼고 미드필더 김태수를 투입했다. 우승 경쟁을 위해 승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를 넣는 판단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계속 허리 싸움에서 힘들어해 전체적으로 경기가 안 풀렸다"며 "고무열을 원톱으로 올려 스피드를 활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고무열 원톱 카드는 적중했다. 고무열은 좌우로 크게 움직이면서 인천의 중앙 수비수 이윤표와 안재준을 끌고 나왔다. 이렇게 벌어진 틈을 이명주와 신영준이 2선에서 침투하며 노렸다.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에서 신영준은 고무열의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더니, 후반 42분에는 천금과 같은 결승골을 넣었다. 결승골 역시 오른쪽 측면에서 신영준과 고무열, 이명주가 공을 주고 받으며 만들어낸 골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미드필더에 안정감이 떨어지면 승리하기 힘들다. 김태수를 투입한 뒤 후반전 경기력이 살아나 다행이다"며 "우리가 잘하는 것을 조금씩 찾아간다면 울산과 선두 싸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