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KT ‘백업’ 3인방, 출전 시간 늘어나니 활약도 ‘쑥쑥’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부산 KT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약체로 예상됐던 KT는 6승2패를 거둬 단독 2위에 올라있다. 31일 열릴 '통신사 라이벌' 서울 SK전을 이기면 무려 956일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선다.
KT 돌풍의 중심에는 개인 평균 득점 2위(21.67점) 아이라 클라크(38)와 공동 3위(20.38점) 조성민(30), 앤서니 리처드슨(30)이 있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해주는 조연들의 활약도 크다. 전창진(51) KT 감독은 "이 선수들 덕분에 우리 팀의 초반 분위기가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전 감독이 언급한 조연은 김우람(25), 민성주(26), 오용준(33)이다.
그동안 이들은 평균 10분 안팎밖에 뛰지 못하던 백업 요원들이었다. 그만큼 존재감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조성민을 제외하고 별다른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KT에서 이들은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 결과 출전 시간이 늘었다. 주전 포인트가드를 꿰찬 김우람은 아예 30분31초나 뛰고 있고, 오용준(26분13초), 민성주(20분3초)도 20분대씩 뛰고 있다. 셋 다 출전 시간만 놓고 보면 '커리어 하이(개인 통산 최다)'다.
많이 뛰는 만큼 존재감도 각인시키고 있다. 김우람은 재치있는 플레이로 서서히 자신만의 경기 운영 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동료 선수를 뒤돌아보지 않고 정확하게 패스하는 '노룩 패스'도 과감하게 하고, 터치 라인을 밟기 직전에 타임아웃을 거는 센스도 돋보였다. 김우람이 재치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면 민성주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팀 사기를 북돋는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골밑에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한다.
여기에다 오용준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정확한 슛 감각을 과시하며 상대의 기를 꺾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저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역할 분담도 잘 돼 있는 셈이다. 전 감독은 "이 선수들이야말로 자기 몫을 120% 하고 있다"면서 "자랑스럽다"는 표현까지 활용하며 칭찬했다.
정작 이들은 "그저 팀이 잘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김우람은 "내 목표보다는 그저 팀이 최대한 이겨서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민성주도 "내가 많이 뛰든 적게 뛰든 잘할 수 있는 수비와 리바운드를 통해 팀이 최대한 이기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자신보다 팀을 더 중시하는 마음을 갖춘 백업 자원들 덕분에 KT는 든든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