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2013년 12월 대관심사평가표'에 의하면 그룹 JYJ가 박정현, 브라운아이드소울을 제치고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대관권을 따냈다. 체조경기장은 1만3000명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 인기가수들이 연말 대형공연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곳이라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박정현과 브라운아이드소울은 흥행성과 이미지향상도 등 두 개 평가항목에서 최저 등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JYJ에 밀렸다. 음악성으로는 두 말이 필요없는 가수들인데도 공연장 대관 경쟁에서 패배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탈락한 가수의 관계자들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입을 모은다. 심사 기준과 원칙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눈치다. 한 공연기획사 직원은 "어떤 방식으로 심사를 하든 대관 경쟁에서 밀려난 가수들은 기분이 나쁠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심사기준을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만들어둘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도 "흥행성이나 이미지 평가를 통해 대관을 원하는 가수들간에 경합을 붙이는건 그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라며 "대관심사위원회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수긍할수 있는 또 다른 평가방식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연말 공연장 대관을 두고 가수들이 경쟁할수 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대관 심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탈락 가수들 "체조경기장 측 심사원칙 문제많다" 불만토로
12월 올림픽 체조경기장 대관을 놓고 경쟁을 벌인 팀은 JYJ와 박정현, 또 브라운아이드소울이다. JYJ는 심사항목별 총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미지 향상도 부문에서 21.3점(50점 만점)을, 흥행성으로는 42.5점을 받았다. 반면에 가창력있는 가수라는 말을 듣는 박정현은 이미지 향상도 부문에서 17.5점을, 흥행성에서는 27.5점을 받았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이미지향상도 부문에서 17.5점이란 낮은 점수를 받았다. 흥행성 면에서는 27.5점으로 박정현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
대관경쟁에서 밀린 가수들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어떤 근거로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흥행성, 이미지 부합 정도에 등급을 매길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공연 내용을 두고 등급을 매겨 대관이 가능한 가수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브라운아이드소울과 박정현의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이제껏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정현은 체조경기장 공연이 무산되면서 12월 23과 24일 양일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으로 공연장소를 옮겼다. 브라운아이드소울도 서울 공연은 내년을 기약했다. 12월에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공연을 펼친다. 체조경기장측 한 직원은 "공정한 심사로 이뤄지는 대관 선정이다.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점수표도 명시해뒀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고 말했다.
▶체조경기장 7인의 대관 심사위원은 누구?
체조경기장 대관심사표에는 이미지향상도와 흥행성 등 평가항목이 적혀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기획 의도·기여도·소속사 구모 등이 추가된다. 이 모든 걸 심사위원 7인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2013년 연말 체조경기장 대관을 결정한 심사위원회 위원들의 구성현황을 보면 7명 모두 남성에다 평균 연령도 53세를 넘었다. 예술경영인이 3명 포함되기는 했지만 공연과 거리가 먼 체육산업개발 내부 인사도 3명이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고연령대에 치우친것 뿐 아니라 현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관경쟁에서 탈락한 가수들의 소속사 측에서도 "체육산업개발 관계자가 뮤지션 공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체육산업개발 측 한 관계자는 "외·내부 심사위원을 구성해 심사를 공정하게 했다고 생각하는데 의혹이 제기됐다면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내 공연기획사가 여러곳 있지만 대관을 잡으려면 소속사에서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또 이 과정에서 '물 밑 작업'도 많이 생긴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대관 심사를 위해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다양한 얘기들이 오가고 은근히 접대성 자리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중요한 심사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관, 어떤 과정 거치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관 조건은 동일하게 시작한다. 본래 체육을 위해 만든 경기장이다보니 대관 1순위는 역시 운동 경기다. 그 다음은 국가 행사다. 그리고 마지막 순위가 가수들의 공연이다. 하지만 11월 이후에는 굵직한 스포츠 경기가 없기 때문에 주로 공연장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그렇다보니 국내 공연 시장계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체조경기장 대관을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11월 이후부터 1월 초까지 공연을 기획하는 대형가수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대관 신청을 미리 하지 않거나 심사에서 밀리면 공연할 기회도 갖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올 11월과 12월에 걸쳐 여러 공연을 기획하는 CJ E&M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대관 심사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우리가 싹쓸이해가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하반기 공연을 위해 상반기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철저한 준비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체조경기장 대관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차선책'을 선택하는 가수들도 많다. 국내에서 체조경기장 다음으로 많은 관객을 수용할수 있는 공간은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이다. 하지만, 체조경기장의 절반 수준인 8000여명 밖에 들어갈수 없다. 그보다 아래로 눈높이를 맞추면 4000여석 규모의 핸드볼 경기장으로 가야한다. 잠실 실내체육관도 8000여석 규모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 공연장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인데다 '크고 좋은 공연장'을 선점해야하기 때문에 '잘나가는 가수'들이 체조경기장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일수 밖에 없다. '국제가수' 싸이도 체조경기장을 '접수'한 가수 중 한명. 12월 20일부터 나흘간 총 5회 공연을 펼친다. 지난 4월 5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추운 겨울이라 실내 경기장 5회 공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