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짧은 활동으로 큰 족적을 남긴 천재 아티스트 김현식과 유재하가 세상을 등진 날이기 때문. 각각 32살, 25살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해 팬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음악적 동료이자 리더를 잃은 아티스트들의 슬픔 역시 몇 마디 말로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들의 안타까움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추모 공연과 앨범 작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해를 더했을 뿐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히려 김광석-유재하 음악의 재해석·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추모를 넘어 축제의 성격까지 띄는 모습이다.
▶유재하 추모에 후배 뮤지션 총집합
24회째를 맞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더욱 특별해졌다. 24일 열리는 경연대회에 앞서, 1일 오후 8시에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가수 27명이 참여하는 공연 '유재하 총동문회'가 열린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올해로 24회째를 맞으며 유희열·조규찬·김연우·이한철·정지찬 등 뮤지션들을 대거 배출했다. 그러나 올해 후원 기업을 찾지 못해 대회가 무산 위기에 처하자 이들 동문이 직접 나섰다. 경연대회의 기획과 제작에 힘을 보탰고, 기일에 맞춰 공연까지 열기로 했다. 이한철·정지찬·스윗소로우 등이 유재하의 대표곡과 경연대회에서 불렀던 자작곡 등을 들려준다.
공연의 총괄책임을 맡은 이한철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후원사가 끊겨 경연을 치르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문회에서 직접 나섰다"며 공연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라는 혜택을 누렸으니 이번엔 같이 대회를 치러보자는데 뜻을 함께했다"며 "주축이 되는 친구들끼리 오프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진행에 대해 상의한다. 동문회 '카톡방'을 운영하는데 다들 아이디어가 많아서 매번 '카톡방'이 불이 난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하는 동문회 멤버 중 유재하를 실제로 만난 이는 많지 않다.
이한철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준비하는 멤버들 역시 실제로 선배님을 뵌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후배들을 여기까지 이끄는 게 바로 유재하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30년 가까이 된 선배님의 곡을 연습하면서 우리끼리 '이 노래는 누가 부르건, 어떻게 연주를 하건 명곡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반주 없이 노래를 해도 감동이 전달되는 한국 대중음악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1곡 담은 유작 앨범 발매
김현식의 기일을 열흘 앞두고 ‘대박 사건’이 일어났다. 김현식 측이 김현식의 생전 목소리를 담은 유작앨범 '김현식 2013년 10월'을 공개해, 올드팬들을 열광하게 한 것. 특히 타이틀곡 '그대 빈들에'는 김현식이 1990년 11월 1일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 백제병원에서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마지막 노래였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 앨범에는 '그대 빈들에'를 포함해 총 21곡이 수록돼 음악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시대를 함께한 동료들도 김현식 추억에 나섰다. 1일부터 이틀간 부산 KBS홀에서는 김현식 추모 공연인 '2013 리멤버 김현식' 콘서트가 펼쳐진다. 권인하·강인원·신촌블루스·자전거 탄 풍경 등이 참석해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내 사랑 내 곁에’ 등 고 김현식의 명곡을 노래한다.
1일 오전 9시10분 방송되는 SBS '좋은 아침'에서는 '고 김현식 추모 특집, 영원히 살아있는 가객 김현식' 편이 방송된다. 사진작가 김중만, 방송인 전유성, 가수 권인하 등이 출연해 김현식을 추억한다. 김중만은 김현식에 대해 "친 형제같은 절친이지만 사석에서 한 번도 김현식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권인하는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기 5일전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주저앉았던 사연과 마지막 모습까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