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국(30·LG)은 2013시즌을 "잊지 못할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우여곡절 끝에 LG와 계약한 그는 12승2패를 거둬 입단 전 쏟아졌던 팬들의 비난을 환호로 바꿔놨다. LG가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도 LG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오른 류제국의 호투가 큰힘이 됐다.
그는 4일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승률 1위 투수 상을 받았다. 배영수(삼성), 손승락(넥센), 박병호(넥센), 이병규(LG), 손아섭(롯데) 등 슈퍼스타들과 한 자리에 섰다. 2002년 덕수정보고를 졸업한 그가 프로야구 선수가 된 뒤 처음으로 받은 상이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0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놨다. "지난 4년 동안 눈치를 많이 봤다. 겨울마다 다른 선수들은 우승이다 뭐다 하는데 저는 직업도 없었다. 집사람과 처가의 눈치가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수 6개 부문 중 1개이지만 제게는 박병호 선수가 받은 MVP만큼 의미 있는 상이다. 좋게 돌아와 기쁨이 두 배"라고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해외파 복귀 선수들은 첫해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투수로는 김선우(두산)가 2008년 거둔 6승이 최다승이었다. 서재응(KIA)과 송승준(롯데)은 5승, 김병현(넥센)은 3승에 그쳤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류제국은 다른 선수보다 1달 이상 늦은 5월 중순에 시즌을 시작했는데도 특급 피칭을 하며 걱정을 잠재웠다. 데뷔 시즌에 슬럼프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 것에 대해선 류제국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LG 코칭스태프는 류제국을 내년이 더 기대되는 투수로 여기고 있다.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을 맡긴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을 반영한다.
류제국은 곧바로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한 몸만들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5일 팀 동료와 일본 규슈로 온천 여행을 가 피로를 푼 뒤 11일 귀국한다. 그 다음에는 사이판 재활 훈련 캠프가 기다리고 있다.
그는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 후유증이 남아 올 시즌 코칭스태프가 등판 간격을 세심하게 조정해줬다. 그는 "올 겨울엔 천천히 갈 생각이다. 공은 1월 스프링캠프 때 던지려 한다. 무리 안 하고 시범경기보다 정규시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비시즌 동안 동갑내기 부인 김혜미씨와 미뤄온 신혼여행을 다녀오려 했다. 그런데 팀에서 재활 캠프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또 한번 미뤄야할지도 모르게 됐다. 내년 시즌 완전한 부활을 위해서다. 올 시즌 4일 휴식 후 등판한 적이 없었던 그는 "팔에 문제가 없으면 화요일 나오고 일요일에 나오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3일 만에 던질 수도 있다"고 에이스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번 겨울은 그가 또 한 번의 진화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류제국은 2014시즌 LG 선발진의 기둥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LG를 위해 해줘야 할 몫이 많다. 그는 "내년엔 세이브까지 6관왕도 해보고 싶고 MVP도 받고 싶다. 물론 상보다 내년에도 가을 야구를 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니 내년엔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다"고 팀을 먼저 생각했다.
4일 시상식장에 나오지 않은 김혜미씨는 "당신이 다승왕 하면 가겠다"며 더 나은 활약을 당부했다.